아니리) 삼강도 모르고 오륜도 몰라 놓으니
어찌 형제 윤기인들 알 수 있것느냐.
하루는 비오는 날 와가리 성음을 내어
“야, 이놈 흥보야! 너도 늙어가는 놈이 곁말에 손 놓고 서리 맞은 구렁이 모양으로 슬슬 다니는 꼴 보기 싫고, 밤낮으로 내방 출입만 자주허여 자식새끼들만 이몰 듯 퍼날 듯 허니 보기 싫어 살 수 없다. 그러니 너도 오날부터는 나가서 살아보아라.”
“아이고 형님 제가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모르오나 한 번 만 용서해 주시지요.”
“쓸 데 없는 소리말고 어서 나가.”
중모리) 흥보가 기가맥혀
나가란 말을 듣더니만
“아이고 형님
동생을 나가라 허니 어느 곳으로 가오리까
이 엄동 설한풍에 어느 곳으로 가면 산단 말이오
갈 곳이나 일러주오.
지리산으로 가오리까 백이숙제 주려 죽던
수양산으로 가오리까? ”
“이놈 내가 너를 갈 곳까지 일러주랴 잔소리 말고 나가거라.”
흥보가 기가 맥혀 안으로 들어가며
“아이고 여보 마누라! 형님이 나가라 허니 어느 영이라 거역허며 어느 말씀이라고 안 가것소 . 자식들을 챙겨보오, 큰 자식아 어디 갔나? 둘째 놈아! 이리 오너라. 이사짐을 짊어지고 놀보 앞에가 늘어서서 형님 갑니다. 부디 안녕히 계옵시오 잘가거라.”
울며 불며 나갈적의 서산에 해는 지고 월출 동령의 달솟는다.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내 신세를 어찌를 헐거나 부모님이 살아 생전에는 니 것 내 것 다툼 없이 평생을 호의호식 먹고 입고 쓰고 남어
세상 분별을 내가 몰랐더니
흥보놈의 신세가 일조에 이지경이 될 줄을
귀신인 들 알것느냐.
“아이고 여보 마누라! 어느 곳으로 갈까? 산중으로 찾어 갈거나? 경상도난 태백산 전라도난 지리산 산중어가 사자헌들 백물이 귀하여 살 수 없고
아서라 도방으로 가자!
일 원산 이 강경 삼 포주 사 법성
도방으가 사자헌들 비린내찌워 살 수 없고 충청도(에)가 사자 헌들
양반들이 억시어서 살 수가 없으니
어느 곳으로 가면 산단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