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야는 꿈을 꾸니 장주 (莊周)가 호접 (胡蝶)이 되고
호접이 장주되어 실같이 남은 혼백 (魂魄)
바람인 듯 구름인 듯 한 곳을 당도 (當到)하니
천공지활 (天空地闊)허고 산명수려 (山明水麗)헌디
은은한 죽림 속에 일층화와각이 밤비어 잠겼어라
대저 귀신이라 허는게 도풍어기 (挑風御氣)허고
승천입지 (昇天入地)함에 춘향의 꿈 혼백 (魂魄)이
만리 (萬里) 소상강 (瀟湘江)으로 갔던가 보더라
어디인지 알 수 없어 문밖에서 방황헐 제
안에서 단장소복 (丹粧素服)한
차환이 쌍등 (雙燈)을 돋우워 들고
앞 길을 인도 (引導)커늘
중계 (中階)에 다다르니 백옥현판 (白玉顯板)위에
황금대자 (黃金大字)로 뚜렷이 새겼으되
만고정열 황금지묘 (萬古貞列 黃金之廟)라
심신 (心身)이 산란 (散亂)하여 좌우를 살필 적에
당상 (堂上)의 백의 (白衣)한 두 부인이
옥패 (玉牌)를 느즛이 들어 대상으로 청하거늘
춘향도 성현경전 (聖賢經典)과
예기춘추 (禮記 春秋)를 아는 사람이라
황후 (皇后)의 좌석을 용의히 오르리까?
당상에 북향사배 (北向四拜)허고
국궁정립 (鞠躬定立)을 허니
부인이 간절히 청하거날 마지 못하야
말석 (末席)에 참례 (參禮)허니 부인이 이른 말씀
"네가 춘향이라더냐? 기특코 얌전허다
조선이 소방 (小方)이나
예의동방 (禮儀東方) 기자유풍 (箕子儒風)
청루출신 (靑樓出身) 소생 (小生)으로
저런 절행 (節行)이 또 있느냐
내가일전 (日前) 조회차 (朝會次)로
옥경 (玉京)에 올라 가니
네 말이 천상 (天上)에 낭자 (狼藉)키로
가뜩이 보고 싶은 마음 일시 (一時) 참지 못하여서
네 꿈을 만리 소상강가에 청하여 왔으니
내 마음이 불안허다"
춘향이 이 말 듣고 다시 일어 재배 (再拜)허고
괴자 (무릎 꿇고 등을 바로 펴서 앉음)하여 여짜오되
"첩 (妾)이 비록 무식하오나 고서 (古書)를 일찍이 보니
부인의 높으신 사적 (史蹟) 왼 천하 낭자키로
어찌허면 속히 죽어 존안 (尊顔)을 앙대 (仰待)헐까
주야불망 지났으나 오늘 날 황릉묘 (黃陵廟)에
진진면 (眞眞面)을 모시오니 이제 죽어 한이 없나이다"
부인이 또한 이른 말쌈
"네가 우리를 안다 하니 우리 설움 네 들어라
우리 성군 유우씨 (有虞氏)가 남순시 (南巡視) 허시다가
창오산 (蒼梧山)에 붕어 (崩御)심에
속절없는 이 두 몸이 소상강 예순 물에
피눈물을 뿌렸으니 가지마다 아롱이 지고
잎잎이 원한이라
창오산붕 상수절의 (蒼梧山崩 湘水節義)라야
죽상지루 내가멸 (竹上之淚 乃可滅)이라
천추 (千秋)에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너를 보고 말 하노라"
이렇듯이 슬피울 제 남벽 (南壁)에서 어떤 부인이
울며 불며 나오더니
"네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뉜고 허니
진루명월 옥소성 (秦樓明月 玉簫聲)에
화선 (花仙)허던 농옥 (弄玉)이라
소사 (瀟史)의 아내로서 태화산 (太華山) 이별후에
승룡비거 (乘龍飛去) 한이 되어
옥소 (玉簫)로 소원을 푸니
곡종비거 부지처 (曲終飛去 不知處)하야
산하벽도 춘자래 (山下碧桃 春自來)라
말이 맺지 못하여서 뜻 밖에 광풍 (狂風)이 일어나며
촛불이 펄렁 펄렁 냉기 (冷氣)가 이르더니
평생 기기괴괴 (奇奇怪怪)한 무엇이
떼구르르르르 궁글러서
촛불앞에 전도 (顚倒)커날 자세히 살펴보니
사람도 아니오 불 타진 나무둥치도 아니오
은은한 가운데 귀곡성 (鬼哭聲)이 낭자하며
"니가 나를 모르리라
우리 황제 (皇帝) 붕어 (崩御)신 후
여후 (呂后)의 독?? 솜씨
조왕녀 (趙王女)를 침살 (寢殺)허고
나의 수족 (手足) 끊은 후에
두 귀에 불 지르고 두 눈 빼고
암약 (暗藥) 멕여 칙간 (厠間)속에 잡어 넣고
인체라고 이름을 지으니 천추 (千秋)에 깊은 한 (恨)을
어느 때나 풀어 볼거나 아이고 아이고 어쩔거나"
이리 한참 울음 울 제 상군 (湘君) 부인이 은근히 불러
유명 (幽明)이 노수 (路殊)허고
현해 (玄海)가 자별 (自別)허니 오래 지체 못 할 지라
여동 (女童)을 제촉을 하니
동방 (東方)의 실솔성이 스르르르르르르
일장 호접 (胡蝶)이 펄펄 깜짝 놀래 깨달으니
황릉묘는 간 곳 없고 남원옥중 (南原獄中)이 웬 일이냐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이를 장차 (將次) 어쩔거나
이리 앉어 울음을 울며 세월을 보내는구나
그때여 사또는 춘향을 옥중에 가두어 두고
아무리 달래어도 죽기로서 고집허니
장방청 (長房廳) 기생들을 불러
"너희들 중에 춘향을 달래어
회절 (回節) 시키는 자가 있으면
관하 (館下)에 이름을 떼어주고
수천냥 (數千兩) 상을 주마" 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