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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 (시인: 정공채) 유강진

♣ 육 신 (肉身) -정공채 시 적빈(赤貧)한 아내의 뺨을 때리고 나선 아침의 바닷가 등신대를 넘치며 불어오는 아량(雅量)의 바람은 전신 가득히 붉은 부끄러움을 쑤셔 넣는다. 바닷가로 나오길 잘했다. 아내의 시정(市井)은 아직도 시끄러울 것이다!

4월이 오면 (시인: 허유) 유강진

노곤한 육신 기지개를 켜듯 먼 산을 향해 심호흡을 해본다.

세상살이 (시인: 정공채) 정공채

♥ 세상살이 ~^* - 정 공 채 詩 마음으로 살기 어려운 세상에 이 마음을 어떻게 감싸랴. 마음을 따로 두고 살 수 없는 사람 세상살이 어떻게 하랴. 사랑과 정 그리운 사람 좋은 사람 반가운 사람 다 어디에 두고 마음 없이 살랴. 마음 따로 몸 따로 못 두고 사는 사람 어서 만나세. 세상살이 아무리 지...

눈 (시인: 이동주) 유강진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자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인생찬가 (시인: 롱펠로우) 유강진

인 생 찬 가 -롱펠로우 詩 -젊은이의 가슴이 찬양자에 말한 것- 슬픈 사연으로 내게 말하지 마라. 인생은 한갓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잠자는 영혼은 죽음이고 만물은 본체는 외양대로 만은 아니란다. 인생은 진실! 인생은 진실 한 것! 무덤이 그 목표는 아니다. "너는 본래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이것은 영혼을 두고 한 말은 아니...

와사등 (시인: 서정주) 유강진

♣ 와사등 ~^* -김광균 詩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려있다 내 호을로 어델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 벙어리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구나 공허한 군중의...

청자부 (시인: 박종화) 유강진

♣ 청 자 부 -박 종화 시 선은 가냘픈 푸른 선은 아리따웁게 구울러 보살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에 사철 훈풍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을 박차 바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 년의 꿈 청자기! 빛깔 오호 빛깔! 살포시 음영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여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 한 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와사등 (시인: 김광균) 유강진

★*… 와사등(瓦斯燈) - 김 광균 시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 긴- 여름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高層)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

과목 (시인: 박성룡) 유강진

♣ 과목(果木) - 박성룡 시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뿌리는 박질 붉은 황토에 가지느 한낱 비바람들 속에 뻗어 출렁거렸으나 모든 것이 멸렬하는 가을을 가려 그는 홀로 황홀한 빛깔과 무게의 은총을 지니게 되는 과목에 과물들이 무르익어 있는 사태처럼 나를 경악케 하는 것은 없다. -흔히 시를 읽...

유언 (시인: 박기원) 유강진

♣ 유 언 (遺言) - 박기원 시 내 죽거들랑 비석을 세우지 마라. 한 폭 베쪼각도 한 장 만가(輓歌)도 통 걸지 마라. 술 값에 여편네를 팔아 먹고 불당(佛堂) 뒤에서 친구의 처를 강간하고 마지막엔 조상의 해골을 파 버린 사나이 어느 산골짜기에 허옇게 드러내 놓은 채 개처럼 죽어 자빠진 내 썩은 시체 위에 한 줌 흙도 아예 얹지 마라. 이...

논개 (시인: 변영로) 유강진

♣ 논 개 ♣ -변영로 詩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 높게 흔들리우며 그 석류 속 같은 입술 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

신곡 (시인: 단테) 유강진

♣ 신 곡 ~^* -단 테 詩 이생의 나그넷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에서 벗어났던 내가 눈을 떴을 때에는 컴컴한 숲속에 있었다. 그 가혹하고 황량하며 준엄한 숲이 어떤 것이였는지는 입에 담기조차 역겹고 생각하기만 해도 몸서리 쳐진다. 그 괴로움이란 자칫 죽을 정도였었다. 그러나 거기서 만나게 된 행운을 말...

지중해 (시인: 문딸레) 유강진

오래된 바다여 초록빛 종같이 소릴 내는구나. 지는 그대의 물곁에서 열려 나오는 소리에 난 취해 버린다오 아쉬운 내 청춘의 집이 알다시피 그대 가까이 있소. 태양이 빛나고 모기떼 하늘을 뒤덮는 그곳에 그때처럼 오늘도 바다여, 그대 앞에 난 벙어리 되어그대 호흡이 주는 숭고한 충고를 받을 자격이 없다오. 내 가슴의 고동이 그대 숨결의 한 순간에 불과하다고...

용산에서 (시인: 오규원) 유강진

♣ 용 산 (龍山)에서 -오규원 시 시(詩)에는 무슨 근사한 얘기가 있다고 믿는 낡은 사람들이 아직도 살고 있다. 시(詩)에는 아무것도 없다 조금도 근사하지 않은 우리의 생(生) 밖에. 믿고 싶어 못 버리는 사람들의 무슨 근사한 이야기의 환상(幻想)밖에는. 우리의 어리석음이 우리의 의지(意志)와 이상...

옹손지 (시인: 김관식) 유강진

옹손지 -김관식 시 해 뜨면 窟 속에서 기어나와 노닐고, 매양, 너물국 한 보시기 싸래기밥 두어 술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다. 襤褸를 벗어 바위에 빨아 널고 발가벗은 채 쪼그리고 앉아서 등솔기에 햇살을 쪼이다 해 지면 窟 안으로 기어들어 쉬나니.

눈 (시인 : 김수영) 유강진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詩人)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자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靈魂)과 육체(肉體)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뱃고동 소리 (시인: 정공채) 정공채

안개를 잔뜩 묻힌 뱃고동소리가 들려온다. 놈은 청일(晴日)에도 언제나 젖어서 운다. 내 기억의 꽃으로 화안한 당신과의 성관계가 먼 항구밖 남쪽 바다 위로 흐르며 있다. 인생살이 중년의 깊이와 포만을 알아버린 여자야 놈은 이제 순탄하게나가자고 평면으로 운다. 태반은 이 폭 넓은 저음에 잠잠할수록 행복하다. 지금쯤, 조춘의 목련도 바닷가 마을에서 지고 있다.

늦은 시정에서 (시인: 정공채) 정공채

친구도 없이 술을 마시는 혼자의 밤. 점포의 빠알간 문이 닫겨진 늦은 혼자의 밤 이상 더 잔을 못들고 밀리어 나온 별빛이 흐르는 혼자의 밤 꽃을 꺾을까 말까 늦은 혼자의 밤.

갈매기 우는구나 (시인: 정공채) 정공채

갈매기야 자꾸 울기냐 울음이사 나에게도 있는 것을 배가 떠나도 울고 배가 닿아도 울고 어찌 된것가 울음이사 울 때 우는 건데 그래, 너는 한 묻은 혼의 조각들 가도 울고 와도 울고 울며 날며 날며 울며 하는 한스런 바닷 손수건 갈매기야 자꾸 우는구나 울어라 울어 빈 배로 떠날 때도 울었으면 만선으로 닿을 때도 울 줄 알자구나 갈매기야

고향으로 돌아가자 (시인: 이병기) 유강진

♣ 고향(故鄕)으로 돌아가자 -이병기 시 고향으로 돌아가자 나의 고향으로 돌아가자. 암 데나 정들면 못살 리 없으련마는, 그래도 나의 고향이 아니 가장 그리운가. 방과 곳간들이 모두 잿더미 되고 장독대마다 질그릇 조각만 남았으나, 게다가 움이라도 묻고 다시 살아봅시다. 삼베 무명옷 입고 손마다 괭이 잡고, 묵은 그 밭을 파고 파고 일구고, 그 ...

동방의 등불 (시인: 타고르) 유강진

♣ 동방의 등불 -타고르 시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 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는 곳, 진실의 깊음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

작은 짐승 (시인: 신석정) 유강진

★*…작은 짐승 - 신 석정 시 난(蘭)이와 나는 산에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밤나무 소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다문다문 선 사이사이로 바다는 하늘보다 푸르렀다. (난)이와 나는 작은 짐승처럼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짐승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같이 말없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다보는 것은 기쁜 일이었다. (난)이와 내가 ...

내 이름 (시인: 이원섭) 유강진

♣ 내 이름 -이원섭 시 낡은 물고기 모양 썩어진 몸뚱이는 이렇게 의복으로 싸버리고 거기에다 제법 넥타이까지 지그시 늘어뜨린 바에야 어떠냐. 이렇게 담배를 피워 물면 조금은 그래도 그럴듯하리라 아무것도 안 뵈는 듯이 실로 아무것도 안 뵈는 듯이 아무것도 안 들리는 듯이 실로 아무것도 안 들리는 듯이 어떠냐. 이렇게 연기를 내뿜으면 조금은...

울리는 친구 (시인: 이인석) 유강진

♣ 울리는 친구 -이인석 시 대학부속병원서 퇴원하던 날 물끄러미 보던 그 사나이는 옥살이한 독립투사 같다고 했다 나는 웃지도 못하고 누렇게 뜬 그 친구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 본시 언제는 그랬을까마는 더구나 입원 중에는 손금만치도 나라 생각한 바 없는데 왜 그런 당치않은 말을 했을까 퇴원하며 하늘을 쳐다보다가 눈이 부셔 고개를 숙였을 뿐인데 병원...

사월의 노래 (시인: 박목월) 유강진

♣ 사월의 노래 ♣ - 박목월 詩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

한국의 아이 (시인: 황영길) 유강진

♣ 한국의 아이 - 황 명걸 배가 고파 우는 아이야 울다 지쳐 잠이 든 아이야 장난감이 없어 보채는 아이야 보채다 돌맹이를 가지고 노는 아이야 네 어미는 젖이 모자랐단다. 네 아비는 벌이가 시원치 않았단다. 네가 철나기 전에 두 분은 가시면서 어미는 눈물과 한숨을 아비는 매질과 술주정을 벼 몇 섬의 빚과 함께 남겼단다. 뼈골이 무서지게 일은 ...

고아의 노래 (시인: 릴케) 유강진

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앞으로도 아무도 되지는 않으렵니다 지금은 존재하기에 너무도 초라한 몸 그러나 훗날에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어머님들, 아버님들이시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정말 키워 주신 보람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잘려질 몸입니다 아무한테도 쓸모 없는 신세입니다. 지금은 너무 이르고 내일이면 너무 늦을 것입니다. 내가 걸친옷은 이 옷...

추수하는 아가씨 (시인: 워즈워드) 유강진

♣ 추수하는 아가씨 -워즈워드 보게나, 저 밭에서 홀로 곡식 거두며 제 흥에 겨워 노래 부르는 저 외로운 하일랜드 아가씨를. 잠시 여기 서 있거나 조용히 지나가게. 홀로이삭 자르고 다발 묶으며 애잔한 노래 부르는 아가씨. 오. 들어 보게나, 깊고 깊은 골짜기에 넘쳐 흐르는 저 노랫소리. 아라비아 사막, 어떤 그늘진 쉼터에서 지친 나그네...

어떤 사람 (시인: 신동집) 유강진

♣ 어떤 사람 - 신동집(申瞳集) 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별을 돌아보고 늦은 밤의 창문을 나는 닫는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쪽 켠에서 말 없이 문을 여는 사람이 있다. 차갑고 뜨거운 그의 얼굴은 그러나 너그러이 나를 대한다. 나즉히 나는 묵례(默禮)를 보낸다. 혹시는 나의...

푸른 하늘을 (시인: 김수영) 유강진

♣ 푸른 하늘을 -김수영 시 푸른 하늘을 제압(制壓)하는 노고지리가 자유(自由)로 왔다고 부러워 하던 어느 시인(詩人)의 말은 수정(修正)되어야 한다.

사의 예찬 (시인: 박종화) 유강진

♣ 사(死)의 예찬 - 박종화 시 보라! 때 아니라. 지금은 그 때가 아니라. 그러나 보라! 살과 혼. 화려한 오색의 빛으로 얽어서 짜 놓은 훈향내 높은 환상의 꿈터를 넘어서. 검은 옷을 해골 위에 걸고 말없이 주톳빛 흙을 밟는 무리를 보라. 이 곳에 생명이 있나니 이 곳에 참이...

떠나가는 배 (시인 : 박용철) 유강진

떠나가는 배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 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구인들 손쉽게야 버릴 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기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는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쫓겨 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 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희살짓는다 앞 대...

성평리 (시인: 정공채) 배한성

♣ 성 평 리 -정공채 시 삼천포에서 다도해 뱃길 남으로 남빛을 쪼개면서 노저어 돌면 바른편엔 내내 표고 구백의 산자 소오산 치맛폭에 펼쳐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그늘 노량 바다 성평리는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동군 고전면의 성평리가 보일 것인가!

바람 (시인: 정공채) 배한성

♣ 바 람 - 정공채 시 1 내가 바람을 잡아, 바람을 피웠을 때 주위의 사람들은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였지 나의 아버님은 안경을 쓰시고 말았지 내가 캬바레에서 검은 구둣발로 놀아난 날 내가 살롱에서 빨간 술에 담배만 피운 날 숨가쁘게 청춘의 빨간 차표를 손에 들고 있었던 날 나를 위해 기도를 해 주던 당신 당신이 없어서

노기자 (시인: 정공채) 김세한

♣ 노기자 (老記者) -정공채 시 늙은 기자하고 술을 들면 이야기는 길다. 봄비는 느리게 오던가. 장마는 오래 내리던가. 우리가 여기서 술을 마치면 아마. 다른 골목을 길게 돌아서 이차를 할 거야 자유주의자 당신의 긴 이야기는 아직도 멀었다. 이제 겨우 묘종을 심는데 불과할걸세.

별층도 (시인: 정공채) 박일

예리야 어머니 계시니 아뇨 아버지만 계세요 아버지 회사(會社)에 나가시지 않니 벌써 그만두고 산(山)에만 잘 가요 그래 무얼 먹고 사니 하느님이 음식을 감사하게 주세요 오라 어머닌 예배당에 가셨구나 네 나는 주일학교(主日學校)에 가구요 아버진 나가시지 않니 한번도 나가시지 않았지만 곧 나가시게 될 거예요 착한 우리 아버지거든요 하느...

애연송 (시인: 정공채) 정경애

♣ 애 연 송 - 정공채 시 한학(漢學)의 할아버지 존경하는 할아버지의 장죽에서 대청 높이 올라가던 한 가닥 고운 명주실 같은 도도함이 눈부시던 햇빛 맑은 어릴적 그해 가을부터 저 놈을 어서 피어야지 했다.

항구회상 (시인: 정공채) 김세한

담배 필 줄 아십니까 술을 들 줄 아십니까 그럼 항구에 잘 나오셨습니다. 항구에 어울리는 항구가 어울리는 당신입니다. 항구는 밝습니다. 번쩍이는 파도에 햇살은 층계쪽에서도 넘쳐서 빛나고, 물결이 일으킨 바람은 더욱 밝은 풍광을 안아 보냅니다. 뱃고동 소리들은 어울리는 점심과 쇠주잔에 평화롭게 담깁니다. 등 때문에 항구의 저녁과 야밤도 환합니다. 물결에...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시인: 김춘수) 유강진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 김 춘 수 시 다뉴브강(江)에 살얼음이 지는 동구(東歐)의 첫겨울 가로수(街路樹) 잎이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황혼(黃昏) 무렵 느닷없이 날아온 수발(數發)의 쏘련제(製) 탄환(彈丸)은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 바숴진 네 두부(頭部)는 소스라쳐 삼십보(三十步) 상공(上空)으로 튀...

울음이타는 가을 강 (시인: 박재삼) 유강진

♣ 울음이 타는 가을강 - 박재삼 시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

또 다른 고향 (시인: 윤동주) 유강진

♣ 또 다른 고향 -윤동주 시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속에 곱게 풍화작용 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국제열차는 타자기 처럼 (시인: 김경림) 유강진

♣ 국제 열차는 타자기(打字機)처럼 -김경린 시 오늘도 성난 타자기처럼 질주하는 국제열차에 나의 젊음은 실려 가고 보랏빛 애정을 날리며 경사진 가로(街路)에서 또다시 태양에 젖어 돌아오는 벗들을 본다. 옛날 나의 조상들이 뿌리고 간 설화가 아직도 남은 거리와 거리에 불안과 예절과 그리고 공포만이 거품 일어 꽃과 태양을 등지고 가는 나에게 ...

잠실 밤 개구리 (시인: 신세훈) 유강진

♣ 잠실 밤개구리 - 신세훈 시 잠실 밤개구리가 운다. 밤새도록 밤새도록 운다. 울음 숲을 이루며 잠실잠실 실실실 잠실…… 아파트가 더 들어서면 고향을 잃어버린다고 운다. 비 맞은 인디언 물귀신처럼 운다. 아스팔트가 덮히면 변두리 산으로 쫓겨나 숨 다할 거라고 무한정 밤을 운다. 잠실 밤하늘을 원망이라도 하듯 순하디순한 흙값이 금값임을 허공천에 ...

국제열차는 타자기 처럼 (시인: 김경린) 유강진

♣ 국제 열차는 타자기(打字機)처럼 -김경린 시 오늘도 성난 타자기처럼 질주하는 국제열차에 나의 젊음은 실려 가고 보랏빛 애정을 날리며 경사진 가로(街路)에서 또다시 태양에 젖어 돌아오는 벗들을 본다. 옛날 나의 조상들이 뿌리고 간 설화가 아직도 남은 거리와 거리에 불안과 예절...

하동땅이 어떻습니까 (시인: 정공채) 배한성

♣ 하동땅이 어떻습니까 - 정공채 시 온갖 일이 마음에 들지 않거들랑 산수 절로 트인 하동땅 풍광길이 어떻습니까 하동 땅으로 내려 오시지요 그 옛날 고사도 여길 들라치면 청학이 됐다죠 그야 그렇챦겠지만 그쯤 치는 풍광이라지요 최치원 외론 구름도 햇빛 고운 하동땅 산 내리는 입산승 먼 발치 두고 한번 들면 그만이지!

봄비오는 4월에 (시인: 정공채) 김세한

봄비 오는 4월에 - 정공채 시 오늘 밤 봄비가 4월을 적신다. 나직히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다릴 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밤 봄비가 마음을 적신다. 오늘밤 귀가하면 나도 젖으리 봄비가 오는 4월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大地도 젖어서 꽃을 피우는 봄밤에 한번쯤 두사람도 가만히 젖읍시다.

선생님 비에 젖읍시다 (시인: 정공채) 정경애

♠ 선생님, 비에 젖읍시다 -정공채 詩 옛날같은 통정(通情)위로 비가 줄줄이, 줄줄이 비가 내리는군요 허벅지가 흰 나직하고 부드러운 가수를 찾습니다. 비가 통정해 오는 이런 날, 당신을 만나야 합니다. 선생님, 비에 젖읍시다. 지나가버리면 먼 언덕입니다.

우중의 다리위를 거닐며 (시인: 정공채) 배한성

♠ 우중의 다리 위를 거닐며 -정공채 詩 기억(記憶)의 자욱한 비안개가 다리 위에 와서 머문다. 젖은 비는 우산을 타고 내리고 나는 행복한척 부루우스를 출까.

조춘 (시인: 박이도) 이선영

노곤한 육신 기지개를 켜듯 먼 산을 향해 심호흡을 해본다.

시인 백창우

강물이듯 구름이듯 다시 떠나가는 이여 나무이듯 바람이듯 되살아나는 이여 걸어도 걸어도 못다 걸을 세상길을 새벽이면 일어나 다시 걸어가는 이여 바라보는 몇마리 새는 저만치 접어두고 돌아보고 돌아보며 묵묵히 가는 이여 별이든 달이든 꺼지지 않는 이여 저혼자 재가 되고 또 불이 되는 이여 걸어도 걸어도 못다 걸을 세상길을 새벽이면 일어나 다시 걸어가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