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 모친과, 아내에게 하직하는데 까지

박양덕

아니리
별주부 화상을 받아 들고 이 놈의 화상을 어디다 넣어야 물 한 점도 안 묻을지 곰곰이 생각다 못하여 목을 길게 빼어 목덜미 속에다 화상을 집어넣고 목을 탁 춤추렸것다. 자 이만하면 수로 만리를 가더라도 물 한점 묻을 길이 없지 별주부 용왕께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별주부 모친이 별주부 세상 간다는 말을 듣고 못 가게 만류를 하는디

진양
여봐라 주부야 여봐라 주부야 네가 세상을 간다 허니 무엇 하려 가랴느냐 삼대독자 네 아니야 장탄식 병이 든들 뉘 알뜰히 구완허며 네 몸이 죽어져서 오연의 밥이 된들 뉘라 손벽을 두다리며 휘여허 날려 줄 이가 뉘 있더란 말이냐 가지 마라 주부야 가지를 말라면 가지 마라 세상이라 허는데는 수중인간이 얼른허면 잡기로만 위주를 헌다 옛날에 너의 부친도 세상 구경을 가시더니 십리사장 모래 속 속절없이 죽었단다 못 가느리라 나를 죽여 이 자리에다 묻고 가면 네가 세상을 가지마는 살려두고 못 가느니라 주부야 위방불입 가지를 마라

아니리
“나라에 환후가 있어 약을 구하러 가는데 무슨 풍파 있사오리까” 별주부 모친 하는 말이 “내 자식 충성이 지극한 줄 이미 알았지마는 네가 세상을 잘 나가는지 못 나가는지 네 지기를 보기 위하여 만류를 하였구나. 아무쪼록 수로 만리를 무사히 다녀오도록 하여라” 별주부 모친께 하직하고 침실로 돌아와 부인의 손길 잡고 “당상의 백발 모친 기체 평안아시기는 부인에게 매였오” 별주부 마누라가 아장거리고 나오면서

중중모리
여보 나리 여보 나리 세상 간단 말이 웬 말이요 위과광 깊은 물에 양주 마주 떠 맛좋은 흥미 보던 일을 이제는 다 보리고 만리청산 가신다니 인제가면 언제와요. 가기는 가되 못 잊고 가는 게 있네. 무엇을 그다지 못 잊어요. 늙은모친 조석공대를 못 잊어요 군신유의 장산충성 조정사직을 못 잊어요. 규중의 젊은 아내 절행지사를 못 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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