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0.14.

음악도시

그 남자...♂

키가 되게 작았어요...
나랑 서면 이~만큼 차이 났거든요...
정확히 몇센치였는지는 모르죠... 헤~ 안 물어봤어요...
아! 한번은 내가 30센치 자를 들고 키 재보자고 덤볐던 적이 있는데...
발끈하면서 진짜 싫어하더라구요~ 뭐, 그 다음부터는...
근데 처음 한 동안은 정말 키가 작다는 걸 몰랐어요... 내내 같이 다니면서두요...
어~ 그러다 알게 된거는...
아~ 하루는 나란히 걸어가다가 손을 슬쩍 잡아볼려고 했는데 안 잡히더라구요~
공중에서 한번 허우적거리고는 '아니, 얘 손이 어디 갔나...' 내려봤더니 한참 아래쪽에 있었어요...
'아~ 키가 되게 작구나...' 처음 알았죠...
그러게요... 그걸 왜 몰랐을까요...?
음... 아마 키만 작아서 그랬는지 몰라요...
몸짓보다 눈짓이 더 컸던 사람이라서,,, 눈으로 말하면 내가 꼼짝 못했거든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웃으면 난 바보가 됐었어요...
시키는 거 다 했죠... 길거리에서 춤도 추고...
그녀가 눈동자를 딱 멈추고 나를 쳐다보면 나는 그 눈 속에 갇히는 거 같았어요...
나중에 빠져나올 때 정말 힘들었죠...
내가 이런 얘기 하는 거 보면 아직 못 빠져나온 건가...?
하~ 보고싶어요... 가끔... 요즘 같을 땐 더 자주...
지나가는 키 작은 여자만 보면 따라가서 얼굴 확인해보고 싶고... 그래요...
보고싶어요...

그 여자...♀

참 생각 없는 눈이었어요...
아~ 나쁜 말이 아니라... 그래서 막 탐이 났어요...
나는 그 사람이 근사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그 사람은 나와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내가 전혀 욕심 나지 않는다는 그런 눈...
내가 먼저 좋아해서, 따라 다녀서 그 사람을 겨우 내 옆에 두었을 때도 그 눈빛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내가 웃어달라 조르면 웃어주고, 내가 춤추라 조르면 춤을 췄지만 그건 그 사람이 착해서였고 눈빛은 늘 비슷했어요...
내가 못생기든 이쁘든, 내 키가 작든 크든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였죠...
그래서 그렇게 혼자 바보짓 했어요...
결국 내가 버려질 것 같다는 불안함을 버릴 수가 없었어요...
점점 집요해졌고, 짜증내고, 의심하고...
그래도 그 사람은 착해서 날 달래려고 했었는데... 내가 나를 못 이겼죠...
난 그 눈에 욕심이 없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그래서 너무 슬펐어요...
길을 걷다가 그 사람 눈빛같은 잘 닦아놓은 유리창을 볼 때... 보고싶어져요...
나 정말 사랑했었는지 묻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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