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4.

음악도시


그 남자...♂

여자들은 늘 자신들이 사소한 것에 상처를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여자들은 그 말 때문에 받는 남자들의 상처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의 그녀는 자주 '예전에...' 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전에 여기 왔을 때 맛있었는데... 주방장 바꼈나보다."
"예전에 여긴 조용했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너무 많네?"
"예전에 여기 2차선이었는데... 어느새 4차선이 됐네?"
언젠가 한번 딱 한번 나는 그녀의 '예전에...' 라는 말에 화를 낸 적이 있었다.
"그 '예전에...' 소리 좀 그만 하면 안되? 자꾸 니 옛사랑 이야기 듣는 거 같아서 나 기분 별로야."
그녀는 그 날 그 말에 상처를 받았다고 했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 내가 문득 무섭게 느껴졌다고...
그리고 그녀는 일주일동안 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나는 그 날 이후로 그녀가 아무리 '예전에...' 라는 말을 써도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는 착한 애인이 되었지만
내 마음에는 상처가 하나 생겨났다.
서운함을 들키면 안된다, 화를 내서도 안된다...
내가 서운해 하면 그녀는 언제든지 나를 일주일씩 버려놓을 수 있다.
그녀는 지금도 칼국수를 먹으며 무심히 말한다.
"예전에는 4천원이었는데 5천원으로 올랐네?" 라고...
나는 "물가가 올랐으니까~" 대답하면서 칼국수를 먹는다.

그 여자...♀

내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싫다.
칼국수 한가닥을 건지며 그래서 나는 말한다.
"예전엔 4천원이었는데 5천원으로 올랐네?"
이 남자가 상처 받았음을 눈치채는 순간 나는 통쾌함과 두려움을 연속하여 느낀다.
감히 나를 독점하려 하는 이 남자에게
나는 여전히 니가 아니라 지난 그 사람에게 소속되어 있음을 분명히 알려주는 짧은 통쾌함...
그 후에 이어지는 것은 혼자가 될지 모른다는 긴 두려움이다.
나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비굴하게도 김치를 밀어주며 웃어보인다.
그리곤 마음 속으로 간청한다.
그래도 넌 나 안 떠날거지?
나는 이 남자가 싫다.
밥 먹는 입도 싫고, 목에 있는 주름도 싫다.
두꺼운 손톱도, 새까만 머리카락도...
만약 이 사람이 매번 우리집까지 나를 태우러 오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내가 하는 못된 말들을 묵묵히 들어주지 않는다면 나는 이 남자를 만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남자들은 이 말에 화를 낼 것이다.
그렇다면 너는 왜 싫은 남자와 일주일에 한두번을 만나 왜 그 남자와 밥을 먹고 영화를 보느냐...
세상엔 혼자이기 싫어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여자가 있다.
상대방에겐 물론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면서까지...
그런 여자가 세상에 나 하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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