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똘이라는 아이가 절에서 글공부를 하고 있었답니다.
똘이는 손톱을 깎고 나면 깎은 손톱들을 아무 데나 버리는 습관이 있었어요.
또각 또각, 오늘도 반달 같은 손톱들을 그냥 쓱쓱 털어버렸답니다.
“똘이야. 손톱을 아무 데나 버린다면 큰 탈이 날게야. 잘 싸서 버리거라.”
주지 스님이 주의를 주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어요.
“에이, 손톱 좀 버린다고 무슨 일이 나겠어?”
사각 사각 사각, 어디선가 갉아먹는 소리가 나는 줄도 몰랐지요.
똘이가 글공부를 시작한 지 꼬박 10년, 드디어 집으로 가는 날이 되었어요.
신이 나서 펄쩍펄쩍 뛰어갔지요.
“아버지! 어머니! 소자 똘이가 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 아버지의 표정이 영 이상한 게 아니겠어요?
“하하. 어머니 아버지, 훌쩍 커버린 아들이 어색해서 그러시죠? 절부터 받으셔요.”
“자… 잠깐!”
문안 인사까지 마다하시며 하는 말씀이 글쎄,
“우리 아들은 이미 돌아왔는데, 아들과 꼭 닮은 자네는 누군가?”
“에이 짓궂은 장난치지 마셔요.”
마침, 끼익,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어요.
“아버지. 집에 손님이 오셨나요?”
똘이가 뒤돌아보니 글쎄,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서 있지 뭐예요?
두 똘이는 서로를 보며 깜짝 놀랐어요.
“넌 누구냐! 사람이냐 귀신이냐!”
“그러는 네가 귀신이렸다!”
“어머니 아버지, 제가 진짜 똘입니다.”
“아닙니다. 제가 진짜입니다. 설마 몰라보시진 않겠지요?”
어머니 아버지는 난감했어요. 아무리 봐도 판박이처럼 똑같았거든요.
그리하여 진짜 똘이 가리기 대회가 시작되었지요.
“진행을 맡은 개똥이입니다. 똘이 도련님들은 번호표를 붙여주세요.
첫 번째 질문입니다. 배꼽 왼쪽에 토끼 모양 점이 있나요?”
“네!”
“두 번째 질문입니다. 못 먹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복숭아!”
그런데 모든 질문을 동시에 대답하니까 가족들은 더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진짜 똘이는 덜컥 겁이 나 말했지요.
“가족 여러분! 10년 동안 글공부를 했으니, 서책을 외워 보이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진짜라는 것을 믿어주세요.”
똘이는 가장 자신 있는 책을 펼치고 외기 시작했어요.
“군자는… 어… 그러니까 군자는… .”
‘아뿔싸! 다음이 뭐더라.’
그런데 긴장한 탓에 그만, 살짝 까먹고 말았지요.
“실패! 2번 똘이 도련님도 외워 보시지요.”
이게 무슨 일이지요? 가짜 똘이가 더 빨리, 더 꼼꼼하게 외는 게 아니겠어요?
“옳거니, 판가름이 난 것 같습니다. 2번이 진짜 도련님이군요!”
“아니에요! 제가 진짜입니다! 아버지 제가 똘이에요!”
“예끼, 썩 물러가거라! 여봐라 소금 흠씬 뿌려 쫓아내거라!”
결국, 쫓겨나고 만 진짜 똘이는 터벅터벅 다시 절로 향했어요.
“스님, 저 똘이입니다.”
“오늘 내려가지 않았느냐? 저런,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구나.”
“그게, 흑흑흑… .”
똘이의 이야기를 들은 스님은 새하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와 말씀하셨어요.
“들쥐가 똘이로 둔갑했구나.
오래 산 들쥐는 사람 손톱 백 개를 먹으면 손톱의 주인으로 변신할 수 있단다.
그동안 네가 아무렇게나 버린 손톱들을 다 주워 먹었던 게야.
자, 이 고양이를 데려가서 가짜가 있는 방에 풀어두거라.”
“예, 정말 감사합니다 스님.”
살금살금 집 안으로 들어가자,
가짜 똘이가 방에서 대자로 누워 단잠을 자고 있었어요.
드르렁드르렁~ 코까지 골면서 말이지요.
똘이는 방에 하얀 고양이를 풀고 문고리를 단단히 묶었어요.
“네 이놈 들쥐야! 맛 좀 봐라!”
“으악, 고양이? 어머니, 아버지, 개똥아 살려줘!”
큰 소리를 들은 가족들이 얼른 달려 나와 가짜 똘이를 구하려 했어요.
“우리 아들을 또 못살게 구는 거냐! 똘이야!”
그때,
“야아아아옹!”
문짝만 한 들쥐가 방 밖으로 데굴데굴 굴러떨어졌어요.
“에그머니! 쥐?”
그제서야 가족들은 가짜에 속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답니다.
“세상에, 겉모습이 같다고 아들을 알아보지 못했다니.”
다시 만난 가족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펑펑 울었답니다.
“보고 싶었어요. 어머니 아버지. ”
그렇게 똘이는 자신의 자리를 되찾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아참, 그리고 절대! 절대! 아무 데나 손톱을 버리지 않았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