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한 마을에 홀로 살아가는 두 노인이 있었어요.
다른 가족이 없던 두 노인은 나란히 옆집에 살면서 서로 의지하며 가족처럼 지냈지요.
“여보게, 밤새 무탈하셨나?”
“그럼. 자네도 잘 잔 게지?”
“그렇고 말고. 그나저나 우리도 이제 저승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게 참으로 오래도 살았구먼.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좋은 일을 많이 해두었을 것을 후회가 되네.”
“내가 누구한테 들은 얘기인데 차돌이 말랑해질 때까지 삶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더군.
그러니 우리 차돌을 삶아보는 게 어떠한가?”
“그 말이 사실인가?”
“참 말이라 들었네.”
그날부터 두 노인은 차돌을 정성껏 삶기 시작했어요.
박 노인은 산에 가서 열심히 땔감을 구해 왔지요.
그러면 김 노인이 아궁이에 불을 때서 차돌을 팔팔 삶았어요.
매일 산에 오르기 전 박 노인은 온 마음을 다해 기도를 드린 후, 땔감을 찾으러 갔지요.
‘김 노인은 저에게 있어 가족 같은 존재입니다.
부디 김 노인의 차돌이 먼저 물러져 천국에 꼭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하지만 몇 날 며칠이 지나고 차돌을 삶은 지 한참이 지나도
차돌은 전혀 말랑말랑해질 기미가 안 보였지요.
“나 참, 아직도 딱딱하군 딱딱해. 대체 언제까지 끓여야 물러진단 말이야.”
김 노인이 볼멘소리를 하자 박 노인은 자신의 땔감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어요.
“내가 더욱 열심히 땔감을 구해올 테니 우리 좀 더 힘을 내보세.”
두 노인은 그날도 똑같이 차돌을 삶고 있었어요.
박 노인은 땔감 구하러 산속으로, 김 노인은 아궁이에 불을 때었죠.
그러다 문득 김 노인은 욕심이 생겼지요.
‘dj휴, 이러다간 우리가 죽은 후에도 말랑해진 차돌을 볼 수는 없겠군.
일단 내 차돌부터라도 말랑하게 만들어 혼자라도 천국을 가야겠어.’
김 노인은 박 노인이 해다 준 땔감을 자신의 아궁이에만 가득 넣고,
박 노인의 아궁이에는 불씨가 꺼지지 않을 정도로만 아주 조금 넣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지요.
드디어 차돌이 말랑말랑해진 걸 발견한 박 노인은 너무 기뻤어요.
“여보게, 이리 와 보게. 드디어 차돌들이 말랑말랑해진 것 같아.”
“정말인가? 어디 보세.”
김 노인도 한달음에 달려와 말랑해진 차돌을 살펴보았지요.
“가만, 내 차돌은 아직 딱딱한걸?”
“응? 내 것은 이렇게 말랑한데 자네 것은 딱딱하다고? 이 일을 어쩌나.
여보게, 자네가 내 차돌만 너무 정성스럽게 돌보느라 정작 자네 것은 못 돌본 것 아닌가?
정말 감동이네.”
“다… 다행이네. 자네 것이라도 물러져서.”
‘그렇게 팔팔 끓였는데도 내 것만 딱딱 하다니...’
그날 밤 두 노인은 나란히 저승으로 가게 되었지요.
두 노인은 사이좋게 천국으로 가는 길을 걷게 되었어요.
“자네 덕분에 나도 천국으로 갈 수 있게 되었군 정말 고맙네.
우린 꼭 같이 천국으로 갈 수 있을 걸세.”
박 노인의 말에 김 노인은 그제서야 자신의 이기적인 행동을 후회했어요.
그때였지요.
갓을 쓴 스님 한 분이 염불을 외우며 길 한가운데 서 있었어요.
“안녕하십니까 스님. 이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하지만 박노인만 계속 길은 가시고 김 노인은 걸음을 멈추시오.”
스님의 말을 들은 두 노인은 깜짝 놀랐지요.
“아니 왜 저는 그만 멈추라는 겁니까?”
“당신은 내 자리를 물려받아 이곳에 있어야 하오.
당신은 겉으로만 착해 보일 뿐 실은 아주 욕심 많고 고약한 심보를 가지고 있소.”
“아닙니다 스님. 스님께서 잘못 아신 겁니다.
이 사람은 자신보다 절 천국에 보내주려고 차돌도 열심히 삶았는걸요.
안 그러한가? 자네도 아니라고 말 좀 해보게.”
“아니요.
당신이 열심히 나무를 해오면 이 자는 자신의 아궁이에만 불을 활활 피웠소.
그러니 이 자는 천국에 갈 수 없소.”
“아니, 이럴 수가.”
스님에게 모든 사실을 들은 두 노인은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나도 살아생전에는 양보나 배려를 모르는 그저 욕심 많은 사람이었소.
다른 사람들에게는 세상 둘도 없는 착한 사람인 척 속였지만
속마음은 상대방을 시기 질투하며 안 되기를 간절히 바랐지.
그렇게 살다 죽어서 그 벌로 이렇게 되었소.
그런데 또 나처럼 자기 자신만 챙기는 이 노인을 만난 거요.
그러니 이제부터 이 갓을 당신한테 넘겨주겠소.”
스님의 말을 들은 박 노인은 슬펐지요.
“그러면 제 친구는 저와 함께 천국에 못 가고 계속 여기서 지내야 한단 말입니까?”
“걱정하지 마시오.
이 자처럼 욕심 많고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저승으로 건너오면
갓을 넘겨주고 천국으로 갈 수 있게 될 것이오.
그러니 먼저 가서 친구가 올 때까지 기다리시오.”
그렇게 박 노인만 홀로 천국으로 가게 되었어요.
박 노인은 천국에 가서도 가족처럼 지냈던 김 노인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를 드렸지요.
마침내, 얼마 후 김 노인도 천국으로 올 수 있게 되었고 드디어 두 노인은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
“잘 왔군, 잘 왔어.”
“다시 보니 반갑구먼.
내 예전 일은 정말 미안했네. 부디 날 용서해 주게.”
“용서할 게 뭐 있나! 이렇게 무사히 잘 왔으니 됐네. 우리 여기서도 잘 지내보세나.”
두 노인은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