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와 장모

춘향가

김연수의 빅타 녹음은 앞의 이별가와 함께 후반부의 ‘어사와 장모’에서 ‘춘향 유언’에 이르는 대목이 집중적으로 녹음되어 있어, 그가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이 녹음에 임했음을 짐작케 한다. 물론 이런 대목들은 극적으로 빼어나고 서정적인 대목들인 만큼, 이면을 중시하는 그의 소리이념을 표출하기에 적당했던 때문으로 보인다. 중중몰이 ‘어사와 장모’는 판소리 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대목이다. 슬픔에 잠긴 장모는 슬픈 계면조로, 여유있는 어사는 경쾌한 경기민요조인 경드름이라는 판소리 어법으로 길을 바꾸어서 선명하게 성격을 대조시키고 있다. 춘향가 후반부에서 백미에 꼽는 고이며, 이 음반에서 김연수가 가장 호연을 한 부분이라 하겠다.

원반 : Victor KJ-1321(KRE 487)
녹음 : 1939. 3. 5

(중중몰이)
“거 누구가 날 찾어, 거 누구가 날 찾어? 날 찾을 이 없건마는 거 누구가 날 찾어? 남원 사십팔면 중으 나의 소문을 못 들었나. 칠십당년 늙은 년이 무남독녀 외딸 하나 옥중으다가 넣어 두고 명재경각 되아 있어 정신없는 늙은 나를 무엇하랴고 찾어와?” “나를 모르나? 내가 왔네.” “웠따, 이 사람아 말을 허소. 말을 허여야 내가 알지. 해는 저물어지고 성부지 명부지허니 내가 자네를 어찌 알어.” “자네가 정녕 날 몰라? 내 성이 이, 이가래도 나를 몰라?” “이가라니 뉘기여? 성안성외 많은 이가, 어느 이간 줄 내가 알어. 자네는 성만 있고 이름은 없는가, 에이?” “허허 장모 망령, 우리 장모가 망령. 나를 몰라? 으어, 장모 자네가 날 몰라?” “장모라니 웬 말이여! 남원읍내 오입쟁이 놈들 아니꼽고 더럽더라. 내 딸 어린 춘향이가 외인 상대를 아니허고 양반 서방을 허였다고 공연히 미워허여 명재경각이 되었시니, 너의 마음들이 시원허여 쉰사 한 마디는 아니허고 내 문전으로 지내면서 빙글빙글 비웃이며, ‘여보게 장모!’ 이가라면 환장헐 줄로? 이가라면 이 갈린다! 듣기 싫네, 어서 가소!” “허허 장모 망령. 자네가 나를 모른다고 허니 거주성명을 일러줌세. 서울 삼청동 사는 춘향 서방 이몽룡, 그래도 자네가 날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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