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차림의 이몽룡이 옥중을 찾아가는 대목으로 진양 계면조이다. 이 대목은 최하성에서 최상성까지를 두루 구사하여야 하고, 바디에 따라서는 귀곡서이 나오는 등 매우 다채로운 음악어법이 등장하므로 난곡 중의 난곡에 속한다. 이 대목을 제대로 부르는 명창이 드물어, 상성이 짧은 정정렬의 경우에 아주 힘겨워 한다. 김연수도 다소 힘겨운 느낌이 드나, 이면을 살리는 데는 빼어나다. 이 대목은 현재의 조상현의 녹음이 좋다. 원래 상당히 긴 곡으로, 현재 최승희는 약 5분 반, 조상현은 8분 반 정도로 부르는데, 여기서는 간략히 축소되어 있다.
원반 : Victor KJ-1328-A
녹음 : 1939. 3. 5
(진양)
초경 이경 삼사오경이 지내가니 파루 시간이 되었구나. 파루는 뎅뎅 치는디 옥루는 잔잔이라. 춘향어무는 정신없이 앉어있고, 향단이는 파루 소리를 들을랴고 대문 밖으 서 있다가 파루 소리 듣고, “마나님 바루 첫나니다. 아기씨으게 가사이다.” “오냐, 가자. 먹을 시간도 늦어가고, 갈 시간도 늦었구나.” 향단이는 앞을 서고, 걸인 사우는 뒤를 따라 옥으로 내겨갈적, 밤 적적 깊었는디 인적은 고요허고, 밤새들만 ‘부,부!’ 옥문거리를 당도허여 옥문 걸쇠 부여잡고 지긋찌긋 흔들며, 사또가 알까 염려되여 크게 부르진 못허고 속으로 자닌허여, “아가 에미 왔다. 정신채려라. 춘향아!” 가만가만 춘향을 부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