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정 이별

춘향가

‘오리정 이별’ 역시 정정렬제의 춘향가 중에서 눈으로 꼽는 대목이다. 말 고삐를 잡고 매 달리는 춘향을 중몰이로 그리는 반면, 몽룡은 자진몰이로 나비만큼 불티만큼 사라짐으로써 기나긴 이별의 장면들을 더욱 허망하게 느껴지도록 짜여져 있다. 이 대목은 ‘빅타판 춘향전 전집’(서울음반) 가운데 정정렬이 직접 부른 소리를 따라갈 녹음이 없다. 청년 김연수의 소리를 정정렬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이에 비해 호연을 했다. 역시 계면조로 불린다.

원반 : Victor KJ-1358(KRE 544)
녹음 : 1939. 6. 23

(중몰이)
도련님이 하릴없어 말 우에 올라앉으며, “춘향아, 잘 있거라.” 춘향이도 일어나서 한 손으로 말 고삐를 잡고, 또 한 손으로 등자 디딘 도련님 다리 잡고, “아이고 여보 도련님, 한양이 머다 말고 편지나 종종 허여 주오.” 말은 가자고 네 굽을 치는디, 임은 꼭 붙들고 아니 놓네.

(자진몰이)
저 방자 달려들어, ‘이랴!’ 툭 쳐 말을 몰아 다랑다랑 다랑다랑 다랑다랑 다랑다랑 훨훨이 넘어갈 제, 그때에 춘향이는 따러갈 수도 없고, 높은 데 올라서서 이마 우에 손을 얹고, 도련님 가시는 데만 무뚜뚜루미 바래볼 제, 가는대로 적게 뵌다. 달만큼 보이다가, 별만큼 보이다가, 나비만큼 불티만큼, 망종 고개 깜빡 넘어가니, “아이고 우리 도련님 그림자도 못 보것구나!”

(중몰이)
그 자리 퍽썩 주저앉어, “아이고 이를 어쩔거나! 가네 가네 허던 님은 이제는 참 갔구나. 내 신세를 어이헐꼬? 집으로 가자 헌들 우리 도련님 앉고 눕고 노던 데와, 옷 벗어 걸던 데며, 오리 내려 신 벗듯 디 생각나서 어쩔거나. 웃음 소리를 언제 듣고, 장난을 허든 데며, 언제 볼거나.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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