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8.25.

음악도시

그 여자...♀

어, 왜? 어, 텔레비전 보고 있어. 어... 어, 어, 어...
어, 뭐라구? 아, 미안... 아, 잘못 들었어. 어, 못 들었어...
다시 말해봐~ 뭐라구? 어어...
오오오오~ 지금 둘이 뽀뽀할 건가봐~ 으아~ 어떡해~
아, 미안미안미안~
어, 이거? 아니... 뭐 목숨 걸고 보는 것까진 아니고 그냥 보는거지, 뭐... 재밌잖어~
야! 그럼 드라마가 현실이랑 똑같으면 그게 다큐멘터리지, 드라마냐?
다들 살기 어려운데 이런 거 보면서 희망도 얻고 그런다잖어~
아니 이게 솔직히 말 안되는 점도 없진 않지...
요즘 어떤 여자가 자기한테 뭐, 닭대가리, 밥통 막 그러는데 그걸 듣고만 있겠냐?
심지어 그렇게 말하는 남자를 막 사랑하고 말이지, 응?
나? 나 같으면 가만 안 있지~
"어, 너 오늘 그럼 밥통한테 한번 죽어봐라~" 뭐, 그렇게 나가겠지...
참! 근데 너 왜 전화했다 그랬지?
아... 그거? 그래~ 그거 마무리해야지~
근데 그거 좀 이따 얘기하자~ 내가 이거 다 보고 전화할게! 오케이?
응, 그래... 그럼 끊는다~

그 남자...♂

내가 할 말 있어서 전화했는데... 말은 지가 다 하고...
또 내가 걸었는데 지 맘대로 끊고... 하여튼...
저렇게나 재밌을까요?
말 안된다, 안된다 하면서도 남자 주인공에게 헬렐레~
저렇게 내 전화를 확 끊어버리는 그녀를 보면
나는 그녀가 여자로서 느끼는 분노보다 몇 배 찐한 씁쓸함을 느끼죠.
저기 저 남자 주인공처럼 수십개의 꽃바구니를 선물할 수 없는 남자니까...
몇천만원짜리 목걸이를 걸어주지도 못하고, 자기 여자를 신데렐라로 만들어줄 수도 없고...
그런 남자는 그녀 말마따나 오밤중에 전화나 걸어서는
그런 드라마 좀 보지 말라고 괜히 심술이나 부리는 거죠, 뭐....
아마 프로포즈도 그럴 거에요.
"솔직히 내가 결혼 자신 없는데 한번 열심히 해볼라고 하거든?"
참~ 뭐 그런 멋진 말 대신에
"너 나랑 결혼하면 맨날 손에 물 묻히고 살아야 된다! 그리고 너... 나랑 결혼하면 십년동안 돈 모아야 조그만 집 겨우 살 수 있는 거 알지? 아, 그리고... 십년동안 은행 대출 갚아야 되고..."
아~~~ 노팅힐이나 볼까? 나도 희망이 필요하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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