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9.23.

음악도시


그 남자...♂

편한 운동화 한켤레 사야겠다... 결심한지가 벌써 몇주...
그 후론 지나가는 사람들 보면 운동화밖에 보이질 않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오늘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신발만 바라보는데 한순간 아주 낯익은 구두가 보였습니다...
흔하지도 않은 모양인데...? 혹시...?
하지만 고갤 들어 얼굴을 확인할 사이도 없이 그 발은 나를 지나쳤죠...
뒷모습을 바라보니 그녀가 맞네요...?
그 사이 벌써 손바닥만큼 작아진 뒷모습이지만 그녀라는 걸 모를 순 없죠...
우리가 만나던 그 시절에도 이랬으니까...
아무리 많은 사람이 있어도 내 눈에 들어오는 건 그녀 하나였고, 그녀가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 속에 서 있어도 내 마음에 애틋하게 꽂히는 건 그녀 하나였습니다...
점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시간을 여행하는 듯 아득해지는 느낌...
내가 이렇게 서 있었는데 어느 날 그녀가 내게 가득 다가왔었고...
내가 잠시 고개를 돌린 사이 그녀는 바삐 나를 지나쳐 버렸고...
나는 그래도 이렇게 그녀만 바라보며 처음의 그 자리에 서 있는...
오래 전 일과 얼마 전 일과 지금의 모습...
한숨을 쉬고 정신을 차려봅니다...
운동화... 운동화 사러 가는 길이었죠...?
아, 아니... 친구...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군요...
친구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그 여자...♀

사람 많은 거리에서 고개를 숙인 채 이쪽으로 걸어오는 그사람을 봅니다...
늘 두리번거리며 걷던 사람...
저렇게 고개를 숙인 건 이미 나를 보았다는 뜻이겠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느려진 내 발걸음이 그 사람의 시선에 들어갈 즈음...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마음으로 인사를 건냅니다... 안녕...!
그래요... 이런 인사도 있을 수 있겠죠...
앞코가 납작한 내 보라색 단화...
아무리 봐도 웃기게 생겼다며 그 사람이 매번 신기하게 쳐다보던 내 신발과 내가 좋아하던 그 사람의 맑은 무테 안경...
내 신발과 그 사람의 안경이 우리를 대신해 인사를 나누고 나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계속 앞을 보며 걸어갑니다...
다시 나를 불러 세워주지 않는 그 사람과 목이 뻣뻣하게 굳어버려 돌아 보지도 숙이지도 못한 채 걷고 있는 나...
어디서 많이 본듯한 풍경이 이렇게 또 한번 되풀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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