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편지

안숙선
앨범 : 춘향가

일함정누홍루습 (一函情淚紅淚濕)이요
만지춘수묵미간 (滿紙春愁墨未幹)을
한 봉한 정에 눈물이 붉어있고
가득한 근심 맑은 먹이 마르지 않는지라
비두 (飛頭)에 문안 (問安)허고 열번 남아 죽은 바에
다만 일개 (一個)의 혼 (魂) 뿐이옵기로
겨우 정신을 수습 (收拾)하야
두어 줄 글을 올리오니 깊이 하감 (下鑑)하옵소서
작춘 (昨春) 이후로 수택 (手澤)을 뵈옵지 못하오니
멀리 바라는 마음 갈 수록 새로우며
동선낭군이 가장 한이오나
군자 (君子) 계실 때는 술 마시고 글 지을 제
빗소리난 운 (韻)이 되고 달빛은 글귀되어
백향산에 값을 기다리옵더니 한번 올라 가신 후에
잎에 맺어 듣난 비는 첩 (妾)의 근심 따라 울고
가지들어 비치는 달은 군자의 얼굴이 오신 듯 하옵고
도리어 상심 (傷心)허여 거문고로 울음을 대 (代)하오니
육현 (六絃)이 끊어지고 글귀로 회포 (懷抱)를 말아
구회 (久懷)가 마르나이다
유수 (流水)같은 광음 (光陰)이 석화 (石火) 같이
바쁘오니 아까운 청춘은 반일 (半日)이 저물어
동군 (東君 : 해)이 애지 (愛之)하사 허 (許)치 아니시며
뜻밖에 변 (變)이 있어
모진 목숨이 조석 (朝夕)을 다투오니
확철에 마른 고지 물을 누가 대어주며
고운 꽃이 흐려진들 그 뉘라서 애끼오리까?
어찌 어찌 오실테면 죽기 전에 한번 와서
상봉 (相逢)이나 하옵시고
오시지 못할테면 다시 보지 못할 사람
천금일찰 (千金一察)로 위로하여 주시옴을
천만복망 (千萬伏望) 바라나니다
백운홍수 (白雲洪水) 깊은 곳에
인거인래 (人去人來) 추천 (그네)헐 제
귀중허신 도련님과 부질없이 눈이 맞어
이 지경이 왠일이오.
<아>자에 따 <이>허고 그 밑에 <고>자 쓰고
손가락을 아드드드드득 깨물어
점 (点)을 툭툭 찍었으니 <아이고>라는 말이로구나.
"춘향아 네가 이것이 왠 일이냐""아 ! 분허다"
방자, 곁에서 어사또 우는 모습을
이리 저리 보더니마는
"오메메메 오메 오메! 아구여!
내 편지 물걸레 되야 버렸네
여보시오 울려면편지 좀 떼고 울란 말이오
아이고 이 것 참 큰일 났네"
"얘 너 이 편지 꼭 전해야 되겠지?"
"아 두말이나 헐 것이요?"
"이 편지 가지고 한양 가 봤댔자 그 양반 안 계신다"
"있고 없는 속을 당신이 어찌 안단 말이오"
"그런 게 아니라
그 분과 나와는 동문수학 (同門修學)허는 처지로서
친한 터인디 같이 내려오다가
그 분은 좌도 (左道)로 가시고
나는 우도 (右道)로 오는 길이다.
남원서 만나기로 하였으니
네가 한양까지 갈 것 있겠느냐?
편지 잘 전했습니다 허고
거 삯이나 톡톡이 받어 먹으려무나"
"아니 당신 거짓말 아니오?"
"이 놈아 어른이 아이헌테
거짓말 할 리가 있겠느냐? 어서 가거라"
"그렇다며는 내가 그냥
남원으로 도로 내려가면 쓰겄구먼
그런데 여보시오 당신 나 본 일 없소?"
"오, 내가 지금 초행이다"
이리 하였다 하나 소리허난 사람의 재담 (才談)이지
수년 (數年) 모시던 서방님을 모를리가 있겠느냐?
"아이고 여 아이고 인자 보니까
우리서방님 아니시라오?아이고 서방님~ `
"소인 방자 놈 문안이오
대감마님 행차 후에 문안 안녕 하옵시며
서방님도 먼먼 길에 노독 (路毒)이나 없이 오시었소?
살려주오 살려주오 옥중 아씨를 살려주오"
"오냐 방자야 우지마라 마라 마라 우지를 말어라
이 얘 방자야 우지를 마라"
"이 놈을 당장 삼문출도 (三門出頭)하야
봉고파직 (封庫罷職)시키리라 "
방자란 놈?? 관 (官)물을 많이 먹은 놈이라
눈치가 비상 (非常)하여 놓으니
이 말을 들으니 어찌 좋던지 저도 말을 함부로 허겄다.
"소인이 사또님 보호역졸 (保護役卒)이 되오면
남원 출도시에 방망이로 대강생이을 깨뜨리지요"
"이 놈아, 내가 어사만 하였으면
그리 허겄다 그런 말이다"
"서방님 그런대고 아옵고 저런대도 아옵네다
소인을 속이지 마옵소서"
어사또 방자 듣는데 실수를 하셨는 지라
"이 얘 방자야""예이~ "
서간 (書簡)을 얼른 적어 주시며
"이 걸 가지고 운봉 (雲峰) 영감께갖다 드리면
주시는게 있을테니
잘 간수했다 남원 광한루에서 만나자"
"예이~ 서방님 부디 안녕히 행차 하소서"
방자를 보내고 어사또 춘향 생각에
더욱 걸음을 재촉하여 내려갈 제
때마참 오뉴월 망종시 (芒種時)라
농부들이 모를 심으며 풍장 (風物)을 치고
농부가를 허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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