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가

안숙선
앨범 : 춘향가

그때여 춘향 모친은 동네 여러 부인들께 붙들리어
집으로 돌아갈 제
저의 모친 울음 소리 차차차차 멀어지니
춘향은 옥방에 던진듯이 홀로 앉어
옥방형상 (獄房形狀)을 살펴보니
앞 문에는 살만 남고 뒷 벽에는 외만 남어
바람은 우루루루루루루루루
살 쏜듯이 들이 분다
"내 죄가 무삼 죈고 국곡투식 (國穀偸食)을 허였는가
살인죄 (殺人罪)인가 음양작죄 (陰陽作罪) 진 일없이
엄형중치 (嚴刑重治) 항쇄족쇄 (項鎖足鎖)에
옥방엄수 (獄房嚴囚)가 웬 일인가"
욕사욕사 (慾死慾死) 분한 마음 머리도 탕탕 부딪치며
춘하추동 사시절을 망부사 (望夫詞)로 울음을 운다
"동풍 (東風)이 눈을 녹여 가지 가지에 꽃이 피고
작작 (灼灼)허구나 두견화 (杜鵑花)는
나비를 보고서 웃는 모양
반갑고도 아름답구나 눌과 함께 보더란 말이냐
꾀꼬리난 북이 되야 유상세지 (柳上細枝) 늘어진디
구십춘광 (九十春光) 짜는 소리 아름답고 슬프도다
눌과 함께 듣고 보며 눌과 같이 담화 (談話)를 헐거나
잎이 지고 서리치니 구추단풍 (九秋丹楓) 시절인가
낙목한천 (落木寒天) 찬 바람에
홀로 피는 저 국화 (菊花)는
능상고절 (凌霜高節) 그 아닌가
먹은 맘이 가득허여 북풍 (北風)이 단을 열어
백설 (白雪)은 펄 펄 휘날릴 제
설중 (雪中)의 푸른 솔은
천고절개 (千古節槪)를 지키어 있고
아미 (峨嵋)의 한매화 (寒梅花)는
미인태 (美人態)를 띠었구나
단도장춘은 연년이 푸르렀고
추풍혼백 (秋風魂魄)은 서런 마음을 자아내어
공산 (空山)의 만수음 (萬樹陰)에
피가 나도록 슬피 울어 임의 귀에다 들리고저
상사일념 (相思一念)으로 모진 간장 (肝腸) 불이 붙어
피골 (皮骨)이 상연 (相連)이라
조롱 (鳥籠)같이 두른 방 (房)은 보이나니 하늘이오
들리나니 새 소리로구나
낮이면 꾀꼬리 밤이면 두견성 (杜鵑聲)
서로 불러서 화답 (和答)을 허니
꿈도 빌어 볼 수가없구나
아이고 어쩔거나 임이 그리워 어쩌자는 말이냐"
아무도 모르게 자탄 (自嘆)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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