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어사또 농부들이 모 심는 구경을 허시고 게서 떠나 남원 부중을 들어갈 제,
[진양조]
박석티를 올라서서 좌우산천 둘러보니, 산도 예 보던 산이요 물도 보던 물이다마는, 물이야 흐르는 것이니 그 물이야 있겠느냐.
“광한루야 잘 있느냐. 오작교도 무사헌가. 동림숲을 바라보니 춘향과 나와 둘이 서로 꼭 붙들고 가느니 못 가느니 이별허던 곳이로구나. 선운사 저녁 종성 옛 듣던 소리로구나.”
북문 안을 들어서니 서리 역졸이 문안커날 명일사 거행을 분부허시고 춘향 집을 찾어갈 제, 일락서산 황혼이되야 집집마다 밥 짓노라 저녁 연기 자욱하야 분별헐 길 전히 없다. 차즘차즘 찾어갈 제, 춘향 문전 당도허여 동정을 살펴보니, 그때여 춘향 어모는 후원에 단을 묻고 두 손 합장 무릎 꿇어 하나님 전에 축수를 허는디,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지신 일월성신 오방신장 후토신령 화우동심 허옵시오. 임자생 성춘향은 낭군 위허여 수절을 허다가 석문삼청 옥 중에서 명재경각이 되었으니, 삼청동 이몽룡씨 어서 수이 급제허여 전라 감사나 전라 어사로나 양단간에 수이허여 오늘이라도 남원을 내려와겨 내 딸 춘향 살려주오. 아이고 어쩔고, 아까운 내 새끼를. 죽는 형상을 어이 볼거나? 향단아, 단상에 물 갈어라. 지성신공도 오날 밖에는 다시 없구나.”
어사또 밖에서 듣더니 비감을 금치 못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