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1부

레몽
앨범 : (소리동화 레몽) 백일홍

옛날 어느 바닷가에 착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평화로운 마을이 있었단다. 그런데 이 마을에도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어. 어느 날 바다에 나타난 무서운 이무기 한 마리가 거센 파도를 일으켜 고기를 잡을 수 없게 만들었거든.
“예쁜 아가씨를 바치지 않으면, 마을과 고기잡이 배들을 모두 부숴 버릴 테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려 벌벌 떨며 몇 날 며칠을 고민했어.
“어쩌면 좋을까?”
“아니, 어떤 아가씨가 제물로 바쳐지고 싶겠어?”
“어휴, 큰일이네, 큰일. 이러다 우리 모두 죽는 건 아닌 가 몰라.”
이 이야기를 들은 아가씨는 마을 사람들에게 용기 내어 말했어.
“걱정 마세요. 모두가 편안해 진다면 제가 기꺼이 가겠어요.”
“정말인가? 정말 고맙네, 고마워. ”
“이 마을에서 아가씨만큼 예쁘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없을 거야.”
“불쌍해서, 어쩌나…….”
드디어 제물을 바치기로 한 날이 내일로 다가왔어. 마을 사람들은 모두 눈물과 한숨으로 시간을 보냈지. 그런데 바다 저 쪽에서 배 한 척이 다가오는 거야. 그 배에는 아주아주 씩씩한 도련님이 타고 있었어. 도련님은 사람들이 모두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상하다 생각하며 물었어.
“모두들 왜 그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겁니까?”
“이무기가 예쁜 아가씨를 제물로 바치는 날이라오.”
“누군들 곱디고운 아가씨를 보내고 싶겠소. 마을과 배들을 전부 부숴버린다고 하니, 방법이 없다오.”
사람들은 사나운 이무기에게 제물로 바쳐질 아가씨 이야기를 했단다.
‘저렇게 착하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이무기에게 잡혀간다니.’
도련님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
“제가 아가씨 대신 가서 이무기와 싸우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씩씩한 도련님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
“정말 용감하신 분이군요! 고맙습니다.”
모두들 씩씩한 도련님이 사나운 이무기를 물리칠 수 있도록 간절히 빌고 또 빌었지. 목숨을 구한 아가씨는 눈물이 맺힌 눈으로 도련님을 바라보았어.
“정말 고맙습니다. 도련님께서 무사히 돌아오실 때까지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어요.”
“꼭, 백 일 안에 돌아오겠습니다. 이무기와 싸워 이기면 지금처럼 하얀 돛을 달고 올 것이고, 만약 이무기에게 당한다면 붉은 돛이 달려 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시 만날 것을 굳게 다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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