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김창완



잊혀질 것
같지 않던 기쁜 일들도
가슴 속에
맺혀 있던 슬픈 일들도
모두다 강물에
떠 내려간 잎사귀처럼 가고
백일홍 핀 꽃밭에서 들리는 건
어린아이
피아노 소리
사라지는 건 사라지도록
잊혀지는 건 잊혀지도록
언제나 피고 지는 꽃들
사이를
걸을 수만 있다면……
울먹이며
돌아서는 너의 모습도
웃으면서
다가오던 너의 모습도
모두 다 희미하게
바랜 옛 그림들처럼 가고
백일홍 핀 꽃밭에서 보이는 건
꿀을 빠는
흰나비 한쌍
사라지는건 사라지도록
잊혀지는건 잊혀지도록
언제나 오고가는 사람
사이를
걸을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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