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노래를 잘 부르는 착한 할아버지가 살았어요. 그런데 이 할아버지의 턱 밑에는 큼지막한 혹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어요. 그래서 혹부리 영감이라고 불렀지요.
“부리부리 혹부리 할아버지, 왜 혹을 달고 다니세요?”
“하하하하!”
“허허허, 그러게 말이다.”
아이들은 보기만 하면 짖궂게 놀려 댔지만 마음씨 좋은 혹부리 영감은 허허 웃기만 했지요.
하루는 혹부리 영감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어요. 한참 나무를 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어요.
“이거 큰일났네. 빨리 내려가야겠어.”
혹부리 영감이 무거운 지게를 지고 서둘러 산을 내려오는데 후드득 후드득 빗방울이 떨어지는 거에요. 발길을 재촉하는데, 저 앞에 초가집이 보였어요.
‘저런! 비까지 오니 이를 어쩌나! 일단 저 집으로 들어가야겠다.’
혹부리 영감은 이 집에서 하룻밤만 자고 가기로 했어요.
“거 누구 없소?”
집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났어요. 혹부리 영감이 살짝 집에 들어가보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어요. 오랫동안 빈 집이었는지 거미줄이 그득하고 문짝은 다 떨어져 있었지요. 금방이라도 도깨비가 나올 것만 같았어요. 서둘러 잠을 청해보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잠이 오지 않는 거에요.
“어째 집이 으스스하구만. 노래나 한 가락 불러 볼까?”
혹부리 영감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혹부리 할아버지는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자 무서움이 훨씬 덜했어요.
한창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방 안으로 도깨비들이 와르르 들어오지 뭐에요?
혹부리 영감은 깜짝 놀라 입이 딱 벌어졌어요.
‘에구머니, 말로만 듣던 도깨비로구나! 난 이제 꼼짝없이 죽었구나!’
혹부리 영감이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는데 키가 제일 큰 대장 도깨비가 입을 열었어요.
“영감, 노래를 정말 잘하는구먼. 한 곡만 더 불러 줄 수 있어?”
“노, 노래를 부르라고? “
“그래, 그래! 정말 듣기 좋은 걸.”
혹부리 영감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서 더욱 흥겹게 노래를 불렀어요.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그랬더니 도깨비들이 신이 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요.
한바탕 신나게 놀고 나자, 도깨비들이 혹부리 영감에게 물었어요.
“영감, 그 구수한 노랫소리는 어디서 나오는 거요?”
“그야, 목구멍에서 나오지.”
“우리 목에서는 그런 소리가 안 나는데?”
“그래?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혹부리 영감은 더 이상 대답해줄 말이 없어서 혹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갸웃했어요.
그러자, 한 도깨비가 혹을 가리키며 소리쳤어요.
“옳거니, 그 혹이 노래주머니였구먼!”
“맞아, 맞아! 틀림없어.”
도깨비들은 혹을 요리조리 만져보며 난리법석을 떨었어요.
“영감, 그 혹을 우리한테 팔구려.”
“턱에 붙어 있는 혹을 어떻게 뗀단 말이냐?”
“그건 우리한테 맡겨요.”
대장 도깨비가 방망이로 혹부리 영감의 혹을 톡 쳤어요.
그랬더니 혹이 감쪽같이 똑 떨어졌어요.
“자, 노래주머니 값이니 가져가시오.”
도깨비들은 금은보화가 잔뜩 들어있는 보따리를 하나 내주고는 혹을 들고 사라졌어요.
혹부리 영감은 턱을 만져보고 믿어지지 않아서 볼을 꼬집어 보았지요.
“아얏! 아픈 걸 보니 꿈이 아니구나. 허허허!”
혹부리 영감은 혹도 떼고 평생 구경하기도 어려운 값진 보물도 얻게 되었어요.
혹부리 영감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산을 내려왔어요.
혹부리 영감은 마을에서 제일가는 큰 부자가 되었어요. 혹도 떼고 보물까지 얻었었다는 소문이 건넛마을까지 쫙 퍼졌지요. 그 마을에는 더 큰 혹이 달린 영감이 살았어요. 그런데 아주 못되고 욕심이 많은 영감이었어요. 욕심쟁이 혹부리 영감은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어요.
“혹도 떼고 부자가 됐다고? 흥! 내 혹은 훨씬 크니까 도깨비들에게 더 많은 보물을 받아 와야겠다. 히히히!‘
욕심쟁이 영감은 도깨비집으로 달려가서 날이 저물기만을 기다렸어요. 드디어 밤이 되었어요. 욕심쟁이 영감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도깨비들이 나타나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더 큰 소리로 고래고래 노래를 불렀지요.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듯이 날 좀 보소.
도깨비들은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왔어요.
“영감의 노랫소리는 어디서 나오는 거요?”
“그야, 이 혹에서 나오는 것이지.”
욕심쟁이 영감이 커다란 혹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어요.
그러자, 대장 도깨비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왔어요.
“이 거짓말쟁이 영감이 누구를 또 속이려고 왔느냐?
괘씸한 놈! 이 혹도 네가 가져가라!”
도깨비들이 방망이를 번쩍 휘두르자 욕심쟁이 영감의 턱에 다른 혹이 철썩 달라붙지 뭐에요? 도깨비들은 욕심쟁이 영감을 흠씬 혼내 주고는 쫓아 버렸어요.
“망했네, 망했어. 혹 떼러 왔다가 혹 하나 더 붙였구나. 엉엉엉.”
욕심쟁이 영감은 땅을 치며 후회했어요. 괜한 욕심을 부려 혼쭐이 난 욕심쟁이 영감은 혹을 두 개나 달고 엉엉 울면서 산길을 내려왔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