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아들 삼형제가 살았어요.
큰아들과 둘째 아들은 똑똑했지만 자기 밖에 모르는 욕심쟁이였어요.
하지만 막내아들은 마음씨가 착하고 욕심이 없어서 늘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지요. 부모님도 첫째와 둘째만 좋아하고 막내아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았어요.
어느 날, 큰아들이 숲으로 나무를 하러 갔어요.
“어머니, 산에 나무하러 다녀올께요.”
그러자 어머니는 맛있는 빵과 달콤한 포도주를 싸주며 말했어요.
“큰애야, 갓 구운 따뜻한 빵이란다. 일하다가 배고프면 먹어라.”
큰아들이 산길을 가는데, 어디선가 작고 늙은 난쟁이가 나타났어요.
“젊은이,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라네. 먹을 것을 좀 나누어 주겠나?”
“그럼 난 뭘 먹으라고! 당신에게 나눠줄 건 아무 것도 없소. 저리 비켜요!”
큰아들은 난쟁이를 쫓아버렸어요. 그리고 나무를 베다가 팔을 다치고 말았어요.
다음 날, 작은 아들이 산에 나무를 하러 길을 나섰어요.
“엄마, 산에 나무하러 갔다 올께요.”
“작은애야, 일하다가 배고프면 먹어라.”
어머니는 말랑말랑한 빵과 맛있는 포도주를 싸주었어요.
둘째가 한창 나무를 하고 있는데, 늙은 난쟁이가 나타났어요.
“젊은이, 너무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라네. 빵과 술을 좀 나누어 주겠나?”
“흥! 나 먹을 것도 모자란데 음식을 나누어 달라고? 이 못생긴 난쟁이야, 저리 가!”
작은 아들은 난쟁이를 확 떠밀어 버렸어요. 그리고 도끼질을 하다가 그만 다리를 다치고 말았지요.
그 다음 날, 막내아들이 말했어요.
“어머니, 저도 숲 속에 나무하러 갈래요.”
어머니는 막내아들을 쏘아보며 말했어요.
“아서라, 아서. 형들도 다 다쳐서 왔는데, 너 같은 바보가 나무를 베기나 하겠니?” 하며 말라 버린 빵과 쓴 술을 한 병 주었어요.
막내는 콧노래를 부르며 산길을 걷고 있었어요. 이번에도 그 작고 늙은 난쟁이가 나타났어요.
“젊은이, 내가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라네. 빵과 술을 좀 나누어 주겠나?”
“그럼요. 드리고 말고요. 그런데 딱딱한 빵과 맛없는 술 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같이 드실래요?”
그런데 이게 웬 일이에요? 말라버린 빵과 쓴 술을 난쟁이에게 건네자마자, 폭신폭신하고 향기로운 빵과 달콤한 포도주로 변하는 것이었어요. 막내아들은 난쟁이와 같이 빵과 술을 맛있게 먹었어요.
“젊은이는 정말 친절하군요! 내가 행운을 나눠주겠어요. 저 늙은 나무를 베어보세요! 행운을 만나게 될 거에요.”
난쟁이는 이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막내 아들은 난쟁이가 일러준대로 했어요.
쿵쿵! 우지끈!
나무가 쓰러지자, 나무 밑동에 번쩍번쩍 빛나는 거위 한 마리가 있지 뭐에요? 막내아들은 기뻐하며 황금거위를 안고 집으로 향했어요. 그런데 날이 금세 어두워져 더 이상 집으로 갈 수 가 없었어요.
‘이런! 오늘은 저 여관에서 하룻밤 자고 가야겠다.’
막내아들은 허름한 여관으로 들어갔어요. 이 여관의 주인에게는 딸이 세 명 있었지요. 욕심쟁이 딸들은 번쩍이는 거위를 보자마자 황금 깃털을 몹시 갖고 싶어 했어요.
‘틈을 봐서 황금 깃털을 하나 뽑아야지.’
막내가 잠들자, 큰딸은 황금거위 곁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막내아들 몰래 거위 날개를 확 움켜잡았어요.
‘에구머니나!’
거위 날개를 잡은 큰딸의 손이 딱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거에요.
때마침 작은 딸도 깃털을 뽑으려고 살금살금 다가왔어요.
‘에잇!’
작은 딸이 언니를 잡자마자 손이 언니 몸에 철썩 달라붙어 버렸어요.
이번에는 막내 딸이 다가와 작은 언니의 등에 손을 갖다 내자, 막내 딸의 손은 작은언니의 등에 철커덕 달라붙어 버렸어요. 세 딸은 꼼짝없이 거위와 함께 하룻밤을 새우게 되었지요.
다음날 아침, 막내 아들은 거위를 안고 여관을 나왔어요.
황금거위 깃털을 잡으려다 거위 몸에 찰싹 달라붙은,
“큰 딸 뒤에 작은딸, 작은 딸 뒤에 막내딸”이 줄지어 따라나오게 되었어요.
길을 가던 목사님이 이 모습을 보고 막내 딸을 떼어내려고 하자, 목사님도 찰싹 달라붙어 버렸어요.
이제, “큰 딸 뒤에 작은딸, 작은 딸 뒤에 막내딸, 막내딸 뒤에 목사님”이 달라붙어 막내아들을 따라갔지요. 이번에는 교회지기가 목사님을 떼어 내려다가, 교회지기까지 목사님에게 붙어버렸어요. 밭에서 일하던 농부 두 사람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다가 교회지기를 떼어내려 했어요. 그러자 농부도 찰싹 달라붙어버렸어요.
이제 “큰 딸 뒤에 작은딸, 작은 딸 뒤에 막내딸, 막내딸 뒤에 목사님, 목사님 뒤에 교회지기, 교회지기 뒤에 농부 두 사람”이 줄지어 따라가게 되었어요.
막내아들이 서면 뒷 사람도 서고, 막내아들이 뛰면 사람들도 따라 뛰었어요.
막내아들은 왕이 사는 궁전 앞을 지나다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를 들었어요.
“공주님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번도 웃어본 적이 없으시대요.”
“아 글쎄, 공주님을 웃게 하는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고 했대요!”
막내아들은 황금 거위를 안고 궁전으로 들어갔어요. 막내아들 뒤에는,
“큰 딸 뒤에 작은딸, 작은 딸 뒤에 막내딸, 막내딸 뒤에 목사님, 목사님 뒤에 교회지기, 교회지기 뒤에 농부 두 사람”이 줄줄이 줄줄이 따라갔어요.
이 모습을 본 공주는 배꼽을 쥐고 웃어댔어요.
“아하하하, 저 사람들 좀 봐! 호호호.”
바로 그 때, 마법이 풀리듯 황금 거위에 붙어 있던 사람들도 다 떨어졌어요.
“임금님, 약속대로 공주님과 결혼하게 해 주십시오.”
왕은 공주가 웃는 모습을 보고 크게 기뻐했지만,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막내를 사위로 삼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런 꾀를 냈지요.
“흐음, 궁전 술창고에 있는 포도주를 다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면 결혼하게 해 주겠네.”
막내아들은 난쟁이를 찾아갔어요. 그런데, 난쟁이는 보이지 않고, 어떤 사람이 어슬렁거리며 막내아들에게 다가오는 거에요.
“아, 목 말라. 어디 맛난 포도주를 실컷 먹을 데가 없을까?”
막내 아들은 그 남자를 데려와 포도주를 마시게 했어요. 남자는 눈 깜짝할 새에 술창고에 있는 술을 다 마셨어요.
“임금님, 이제 약속대로 공주님과 결혼시켜 주세요.”
왕은 여전히 막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궁전 뜰에 수북이 쌓인 빵을 다 먹을 수 있는 사람을 데려오면 결혼하게 해 주겠네.”
막내아들은 또 숲으로 달려갔어요. 어떤 사람이 숲에서 중얼거리고 있었어요.
“아, 배고파! 어디 맛난 빵을 실컷 먹을 데가 없을까?”
막내아들은 그 남자를 궁전으로 데려왔더니,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빵을 다 먹어 치웠지요.
“임금님, 이제 약속대로 공주님과 결혼하게 해 주세요.”
왕은 또 억지를 부렸어요.
“땅에서도 가고, 물에서도 가는 배를 가져오너라. 그리하면 결혼하게 해 주겠네.”
막내아들은 또 숲으로 달려갔어요. 이번에는 난쟁이가 나왔어요.
“젊은이, 나는 자네를 도우려고 술도 마시고 빵을 먹었다네. 나인줄 알고 있었나? 이게 다 자네가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었기 때문이야.
이제 배를 만들어 줄테니, 가지고 가서 꼭 공주와 결혼하시게.”
막내아들은 난쟁이가 준 배를 가지고 궁전으로 갔어요.
“임금님! 땅에서도 가고 물에서도 가는 배이옵니다. 약속대로 공주님과 결혼하게 해 주십시오.”
“네 재주가 참으로 대단하구나. 좋다! 내 딸과 결혼하도록 하라.”
마침내 막내아들은 공주를 아내로 맞아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어요.
왕이 세상을 떠나자, 막내아들이 왕국을 물려받아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피는 훌륭한 왕이 되었고,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