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저마다 술렁댄다.
마치, 어느 날 밤 펑펑 쏟아져 내리던 첫눈에
파묻어버리고 싶었던 그 무언가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아쉬움에서일까.
아니면,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던 눈이 녹으면
눈 속에 파묻었던 것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근심에서일까.
한 해가 저물 무렵이면 사람들은 그렇게
습성적으로 부산히 움직이며
시간에 또 그 무언가를 자꾸 되묻는다.
버려야 할 것과 계속 지고 가야 할 것들이 궁금해서일까.
아니면, 지난 순간순간들을
놓치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결국,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묻는 것이다.
시간은 태풍처럼 드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숲이나 바다 같은 것.
세상 어떤 것의 도전에도
간발의 흔들거림이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저 혼자 유유히 어디론가 달려가는 것.
우리 앞에 아직 단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내 보인 적 없는
한강물처럼 그 속이 보이지도 않는 것.
그래도 사람들은 그런,
시간의 마디를 애써 더듬고 싶어서일까,
보이지 않는 화선지 위에
비뚤비뚤하게 자꾸 선을 그어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