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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누군가 심상율

그녀는 분명 아닌 누군가와 사랑을 할 거야 그녀는 언제나 사랑을 갈구해 항상 사랑을 원하지만 아무 사랑을 원하는 것은 아니야 이미 익숙해져 버린 일방적인 사랑을 받지도 원하지도 않아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할 거야 자신의 이상형에 딱 맞는 새로운 사람을 찾아 그 사람과 사랑을 할 거야 이미 오래 되어버린 나의 사랑은 받아주지 않을 거야 그녀는 항상

입에서 입으로 심상율

나의 노래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 나의 노래가 작자 미상의 구전 가요가 되면 좋겠다 세대와 세대를 넘어 시대와 시대를 넘어 세기와 세기를 넘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 어느 시대의 어느 누구가 흥얼거려도 가슴 깊숙이 울림을 받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나의 노래가 사람들의 가슴 깊숙한 곳에 머물렀으면 좋겠다 찾아 듣는 것이 아닌 문득 생각이

분주하지만 고요한 세상 심상율

세상은 분주하지만 고요해 누군가 자고 있다면 누군가는 일하고 있어 아무도 밖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새벽에도 누군가는 일하고 있어 그러나 고요해 누군가의 잠을 깨워서는 안되기에 분주하게 일하지만 일하지 않는 것처럼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하게 일을 끝내 누군가의 조용한 세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오롯이 조용한 세상을 만끽하기 위해 분주하지만 고요하게 세상은 움직여

소유욕 심상율

아무것도 아니었다 애지중지 아꼈지만 사라지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애착 또한 소유하고 있었기에 애착이 생긴 것이었다 사라져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소유하지 않을수록 마음이 가볍다 소유한다는 것은 결국 나를 조이고 있었던 것이다 소중한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오히려 후련해진다 날 억압하던 집착이 사라진다 중압감이 사라진다 소유하지 말자 아무것도

사랑받는다는 게 심상율

사랑받는다는 게 얼마나 큰 기적인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게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 기적인가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가 그런데 사람은 익숙해지다 보면 당연해진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 게 당연한 것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지금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사랑받는 것이 당연하기에 받은 사랑을 돌려주지 않는다 그럼

꽃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심상율

꽃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꽃들은 소품이 아니에요 꽃도 살아있는 식물이랍니다 어차피 얼마 못 산다고요 짧게 사니 더 아껴야 하지 않나요 어차피 누군가 들어간다고요 그대부터 안 들어가면 되지요 어차피 내년에도 핀다고요 내년에도 올해의 꽃일까요 꽃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꽃밭에 들어가지 마세요 꽃들은 소품이 아니에요 꽃도 살아있는 식물이랍니다 꽃을 밟아 버리고 꽃을 꺾어

지팡이 심상율

노인이 되어 지팡이를 짚을 거라 생각할 수 있을까 거친 세상에 맞서 싸우고 버티다 보니 엉망진창인 몸이 되어 버린 것이겠지 세상에 치여 노쇠해져 버려 더는 다리가 버틸 수 없게 된 것이겠지 삶의 무게를 지탱했을 두 다리 이제는 지팡이에 기대 모두 떠나 혼자인 노인에게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 된 지팡이는 짓눌렸던 삶의 무게를 대신 짊어지네 이젠 혼자가 아닌

우린 너무 일찍 만났어 심상율

우리가 조금만 늦게 만났다면 어땠을까 우린 너무 일찍 만났어 아무것도 없었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서로 완벽한 상대였지만 현실의 벽 앞에 무너졌었어 이 시련을 견뎌 나아가고 싶었지만 우린 일어설 힘조차 없었어 그렇게 우린 현실의 벽을 사이로 갈라졌어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만났더라면 그때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될 거야 문제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거야

실수의 대가 심상율

실수는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밤낮이 따로 없었지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지 하루 이틀이 아닌 몇 년을 버텼지 차곡차곡 쌓아갔지 쌓여가는 결과물을 보며 고통을 씻어냈지 얼마든지 버틸 수 있었지 하지만 한 번의 실수는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리지 노력과 성과 그리고 모든 것을 잃어버리지 단 한 번의 실수로 송두리째 뽑혀버리지 실수라는

한정판 심상율

세상에는 한정판이라 불리는 물건들이 있어 그 물건을 사려고 노숙을 하며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어 그렇게 추위와 더위를 견디면 산 물건은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며 하나의 변함도 없게 애지중지하며 신줏단지 모시듯이 정성을 다해 생각해 보면 세상에 한정판이 아닌 물건도 있나요 세상 모든 물건은 다 한정판입니다 심지어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이고 대체할 수 없는 당신은

내가 어떻게 널 심상율

잊을 수 있겠어 넌 마지막까지 나에게 따뜻한 말을 해줬어 이마도 넓고 눈썹도 길고 눈도 크고 입도 앵두 같고 잘생겼으니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금방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왜 마지막까지 나에게 따뜻한 말을 해준 거야 차라리 나쁜 말 모진 말을 하지 그랬어 왜 마지막까지 나에게 상냥한 말을 해준 거야 내가 어떻게 널 있을 수 있겠어 저 말이 위선이 아닌

무운의 행운 심상율

길러야 한다 나에게 언젠가는 큰 시련이 올 것이다 시련에 지지 않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 그 시련이 두렵다 그러나 시련을 이겨내면 나는 영광을 얻을 것이다 지금의 처절한 성장은 미래의 영광을 위한 극심한 성장통일 뿐이다 최후에는 모든 것이 끝난다 응원은 필요하지 않다 용기도 필요하지 않다 그런 걸 어디에다 쓸 수 있는가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나에겐 행운이 아닌

뒷북 축포 심상율

잔뜩 흔든 샴페인 발사 준비된 축포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지 기쁨도 좋지만 잠깐 기다려줘 축포는 늦으면 늦을수록 좋은 것이니깐 일이 확실히 마무리될 때까진 축포는 잠시 미루자고 조금 더 확실하게 조금 더 꼼꼼하게 조금 더 철저하게 더는 일이 생기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려 축포가 터진 후 일이 생기면 실수하기 마련이니깐 이제는 없겠지 더는 없겠지가 아닌

피해자와 가해자 심상율

모르게 학습된다 고통의 기억을 기록한다 세포 하나하나마다 기록한다 절대 잊을 수 없게 몸에 새긴다 세월이 흘러 피해자가 강자가 되면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고 혐오하던 가해자가 된다 자신보다 보잘것없는 약자에게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그대로 전파한다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진 고통을 출력한다 가해자에게 배운 가해를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어 복습한다 복수를 복수의 대상이 아닌

밥과 법 심상율

방패이자 검이다 지키며 살아야 하지만 알게 모르게 법을 어긴다 법은 숨 쉬는 것 하나까지 규정을 둔다 그런데 만든이조차 잊어버려 범법으로 숨을 쉰다 법이란 그런 것이다 만든이들의 밥줄이다 법을 만들어야 하지만 만들 법이 없어 숨 쉬는 법까지 만든다 그리고는 밥을 받는다 고통은 법을 지키려는 사람만 받는다 만든이들은 밥을 먹고 있다 법은 기득권의 밥이다 기득권이 아닌

숭늉 심상율

닫는다 불을 줄인다 약간 기다린다 불을 끈다 뜸을 들인다 뚜껑을 연다 밥을 그릇에 던다 누룽지가 든 돌솥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뚜껑을 닫는다 기다린다 뚜껑을 연다 숭늉을 먹는다 담백하다 그저 뜨거운 물인 듯하다 숭늉을 먹는다 구수하다 느낄 수 없었던 깊은 맛이 느껴진다 숭늉을 먹는다 숭늉을 먹는다 숭늉을 먹는다 숭늉을 먹는다 깊다 나를 채운다 이 아무것도 아닌

휘둘리는 나 심상율

나는너에게휘둘리고 있어너는희한한능력을 갖추고 있어시전자인너는 모르겠지만능력에 당한 나는너의 능력을정화할 수 없어너의 능력에당해버린 나는너를거역할 수 없게 돼나에겐귀찮은 일이지만나는묵묵히 하게 돼그래서너에게휘둘리는 내가참 한심해너에게아니라고말 못 하는 내가참 한심해하지만모든 사람이너의 능력에당하는 것은아니기에너에게아니라고말하는 사람이 있어모순적인 게넌 ...

거울 속의 나 심상율

나는거울을 보지 않아내 모습이궁금하지 않아내가 어떻게생겼는지는신경 쓰지 않아이게 정신 건강에 좋아거울에 비친나를 보면정신이붕괴돼 버려거울 속의 나는내가 아니라고생각해나는 저렇게생기지 않았어거울 속의 나는한 마리의짐승과 같아아니짐승보다는괴물이야시커멓고거대한괴물 한 마리가나와 눈을마주치고 있어내 기억 속의나는저런 모습이아니야내가 저런괴물인 것은말이 안 되...

미성숙 심상율

나는 미성숙해 나는 아직 성숙하지 못해 이기적이야 내기 지켜야 할 것은 내 몸 하나뿐이야 하나만 혼자만 잘 살면 그만이야 신경 쓸 것은 하나뿐이야 나는 가장이 아니야 가족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의 가정도 없어 책임질 것도 없지 나의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야 부양할 것도 없지 나는 책임감도 없어 하나만 책임지면 되니 나는 미성숙해 자유롭지만

꿈 한 장 심상율

오늘이 며칠이지 반복되는 일상에 날짜마저 무감각해 오늘도 어제와 같은 하루를 보내겠지 늘 그렇듯이 어릴 적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무슨 말을 할까 꿈은 어디로 갔어 이렇게 사는 거야 정말 나인 거야 이런 말을 할 거야 미안해 꿈을 잃은 어린 나를 따라 과거로 가자 꿈 한 장 기타를 잡고 있네 꿈 한 장 노래를 부르고 있네 꿈 한 장 무대를 꾸미고 있네 꿈

수컷의 향기 심상율

잘 다린 셔츠를 꺼내 단추를 채워 출근하는 것도 아니니 넥타이는 생략해 커프스를 채우고 머리를 단정하게 넘겨 시원한 향의 향수를 뿌려 기분에 맞는 시계를 차 내 용모는 내 것이 아니야 내 여자의 것이지 때문에 내 여자가 기죽으면 안 되지 이것이 바로 수컷의 향기지 조금은 거칠지만 내면은 부드럽게 말은 유려하지만 강단 있게 행동은 강력하지만 섬세하게 내 품위는

All leave you 심상율

너는 떠나갔지만 나에겐 아직 사랑이 남았다 혼자서 하는 사랑 수신이 없는 사랑 한순간에 끊어진 사랑 남아버린 사랑에 너무나 괴롭다 혼자 덩그러니 조용히 읊조린다 How leave you How leave you How leave you How leave you 그대는 날 떠나 내 생각조차 하지 않겠죠 그렇다면 지금 너무나 바보 같겠죠 머무르고 있을 수만은

축하받지 못하는 삶 심상율

하나의 촛불을 분다 마치 나와 같다 어두컴컴하다 적막하다 아무도 나를 축하해 주지 않는다 사람에게 둘러싸여 시끄러운 환호를 듣고 싶다 좋은 일을 기념하고 싶었다 인생에서 큰일을 해냈다 생각했는데 나만의 생각이었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축하받고 싶었다 대단하다고 훌륭하다고 자랑스럽다고 폭죽을 터트려 줄 줄 알았다 현실은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는다 세상에

노력의 배신 심상율

누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어 노력만큼 쉽게 배신하는 것도 없는데 노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얼마나 노력해야 할까 노력의 결과는 운이 아닐까 죽어라 노력해도 안될 놈은 안되고 될 놈은 어떻게든 되니깐 아는 사람 없냐 명함 많은데 한 장 들고 가 이름 하나 알리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 일 줄 상상도 못했다 200곡 발매하면 인생이 바뀔 줄 알았어 근데 뭐

필름 타임머신 심상율

내 어릴 적 추억을 찾아 옛날 필름을 돌려보네 나의 십 대 시절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그 시절 유행하던 노래 그 시절 유행하던 옷 그 시절 유행하던 감성 그 시절 어딘가에 살아가던 저 필름과 같은 시기에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내 기억 속 먼지 쌓여 있던 필름들을 영사기에 돌려보자 지금은 아무도 듣지 않는 노래 지금은 아무도 입지 않는 옷 지금은

Cute aggression 심상율

얼마든지 내어줄게 자 물어 Cute aggression 귀여운 공격성 내가 그렇게 귀여웠니 내가 그렇게 사랑스러웠니 내가 그렇게 매력 있니 이것 참 부끄럽네 이것 참 쑥스럽네 물어 물어 마음껏 물어 처음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 왜 깨물고 싶은지 내가 너무 귀여워서 공격성이 나온 거라면 나는 후회 없어 팔에 잇자국이 생긴대도 나는 더 행복할 거야 마음껏 물어

그 길 심상율

너와 매일 걷던 그 길눈을 감아도 환한 그 길매일 안녕 인사하던그 길에서 너와 마지막안녕을 말했어너와 매일 걷던 그 길이제 네가 없는 그 길더는 가지 못하는 그 길더는 걷지 못하는 그 길내 걸음으로 가지 못하는너의 집으로 가는 그 길너와 내가 걷던 그 길너와 맞춰 걷던 그 길손을 잡고 걷던 그 길그 길에서 너와 마지막걸음을 맞췄어너와 매일 걷던 그 길...

까마귀 심상율

광활한 도로 위끝없이 움직이는 불꽃들의 향연그 옆 고개를 꺾어야만끝이 보이는 빌딩 위에내가 서 있네무엇이 그리 바쁜지무엇이 그리 나쁜지쉼 없이 움직이고쉼 없이 걸어가네그 모습을 매일 난내려보네내려보네내려보네내려보네광활한 하늘 위를유유히 활공하고보이지 않는 끝을 향해자유롭게 날아가네무엇이 그리 바쁜지무엇이 그리 나쁜지쉼 없이 움직이는쉼 없이 아름다운저 ...

끝나지 않는 끝맺음 심상율

끝이 났지만끝나지 않은사랑을 하고 있다끝맺음 당한끝맺음을끝맺지 못하고끝이 없는무한 굴레를 돈다끝나지 않은 사랑은끝도 없이 상기된다잊어버리자는생각조차다시 생각나게 하는끝도 없는외침일 뿐이다끝을 내지 못한사랑의 끝맺음을끝낼 방법은사랑이 끝났다고계속 외치는 것뿐이다끝을 받아들이지 못해끝내지 못한 것이기에끝을 받아들여정말 끝이 났다는끝맺음을 지었을 때끝나지 ...

너만 나오지 않는 꿈 심상율

너를 처음 만났던 교실너의 책상 위에는펼쳐진 책 위에놓인 샤프항상 같은 위치에있는 필통의자에 걸쳐 놓은교복그 교복에 달린명찰모든 것이 그대로다첫 데이트로 갔던레스토랑촛불로 굽다 불이 붙어버린마시멜로조개를 하나씩 까주었던봉골레 파스타후식으로 마신 차가운버블티모든 것이 그대로다처음으로 같이 갔던영화관나란하게 붙어있는좌석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다 먹어 버린팝...

다가가 심상율

난 사랑에관심이 없었죠내 눈은 어두운밤과 같았죠사랑은 나와상관없다 믿었죠수많은 연인을 봐도별다른 감흥이 없었죠하지만 그대를 본 순간내 눈에 해가 떴죠봄에 꽃이 피듯이여름에 더위가 오듯이가을에 단풍이 들 듯이겨울에 추위가 오듯이난 그대에게 다가갔죠두근거리는 심장을뒤로한 채수많은 말들을생각한 채그대에게 말했죠아름다워요그대 웃었죠난 연애에관심이 없었죠내 눈...

붕어빵 심상율

겨울이 오면골목길에서 만날당신을 기다려요찬바람에 얼어버린나의 몸과 마음을녹여줘요당신의 체온으로날 감싸고세상은 따뜻해져요그대 겨울이 지나면날 떠나가겠죠당신의 생명이다하는 그날까지난 당신을 사랑할게요그대는 날 위한 사랑이 겨울 다할 때까지우리 함께해요당신의 심장이겨울의 심술에아프다면그대 날 위해뜨거워 말아요당신을 위해종이꽃고이 접어 드릴게요그대 날 위해뜨...

비 우기 심상율

호수가 말랐다위에서 떨어질 물도밑에서 솟아날 물도찾아볼 수 없다땅이 갈라졌다위에서 떨어질 물도밑에서 솟아날 물도찾아볼 수 없다무덤덤하다지독하게 이어지는건기조차 익숙하다이제 이 건기가원래의 모습인 듯이무덤덤하다구름이 모인다말라버린 호수와갈리진 땅은구름을 만든다이내 쏟아진다비우기눈물이 말랐다위에서 떨어질 눈물도밑으로 흘러갈 눈물도찾아볼 수 없다감정이 갈라...

숨바꼭질 심상율

잊어버린 술래를 찾아오래된 숨바꼭질을이어가 보자기억의 미로 속술래는 어디에 있나학교 뒤에 숨었나회사 뒤에 숨었나꼭꼭 숨어버린술래야어디에 있니금방이라도길을 잃어버릴 것 같아추억의 지도를 따라천천히 가자흩어진 선을 따라가면술래가 나올까흐르는 선율 따라가면술래가 나올까천천히 천천히 따라가술래가 보일까책으로 쌓은담벼락을 따라모니터에 적힌암호를 풀어미로의 문을...

아프지 않아 심상율

사람들은 이별이 아프대차오르는 장맛비처럼눈물이 쏟아진대이별의 말을 듣는 순간에는심장이 미어진 대아픈 이별이 무서워헤어지지 못했어혼자 성을 쌓고틀어막아도막지 못하는이별의 순간이왔어생각보다 아프지 않아눈물이 터져 나오지도가슴이 찢어지는아픔도 없어아프지 않아흔한 만남 흔한 이별그중에 한 명인 너야널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평범한 하루를 보낼 거야이별 아프지 않...

안녕 그대 심상율

안녕사랑하는 그대아무도 언제 올지 모르는첫눈처럼나에게 왔던 그대시린 날들이 지나수줍게 고개를 내미는새싹들처럼날 떠나가요흐르는 물처럼시간이 흐르면바다를만나게 될 거예요내가 없어도빛이 나는 그대여이제 흘러갈시간이예요그대 날 떠나가세요해가 져도빛이 나는달처럼그대 날 떠나빛을 내줘요내 마음 시린 대도그댈 위해 멀리 떠나요그대 나의 그늘에서벗어나자유로운 해처럼...

연애살 심상율

너의 사랑을 먹고쪄버린 연애살내 몸 이곳저곳에너에게 받은사랑이 남아너를 잊지 못해눈물이 흐른다마냥 미련하게슬퍼하고 있을 수만은없지 않은가나는 너를 잊기 위해달린다나의 숨 한 번 한 번마다나의 땀 방울방울마다너와 함께한 추억을뽑아낸다힘들다죽을 만큼 힘들다너를 잊는 것이힘든 게 아니라살을 빼는 것이힘든 것이라되뇐다언제 연애살이 쪘는지도모를 만큼 연애살이모...

100년 심상율

1896년에 태어난아무개도1923년의 세상을 살면서급변하는 세상에미래가 두려웠겠지1996년에 태어난심상율도2023년의 세상을 살면서급변하는 세상에미래가 두렵다매일 새로운 기술이공개된다어릴 적 미래를 상상하며그렸던 그림이눈앞에 나타나니두렵다세상에 뒤처질까두렵다적응하지 못할까두렵다기술의 연속성이란 사슬에하나라도 끊어지면따라가기 힘들다세상에 발맞춰 뛰고 싶...

곧 봄 심상율

봄이 왔다 생각하면어김없이 찬바람이불어오네요이 찬바람은아직은 떠나기 싫은겨울의 앙탈이겠지요그렇다고언제까지나웅크리고 있을 수만은없겠지요모든 일에는순서란 게 있지요떠나야 하는 이는떠나야 하고피어야 할 것은피어나야겠지요꽃샘바람이불어온다는 것은봄이 멀리 있지 않다는끝자락 겨울의외침이겠지요겨울은 차갑기만 한 줄 알았더니따뜻한 면도 있군요꽃샘바람이 불면 곧 봄이...

너의 전화번호 심상율

나의 전화번호부에서너의 전화번호가지워진지오래지만너의 전화번호는여전히나의 무의식 속에남아있다평소에는전혀생각나지 않는열 한자리번호지만너의 전화번호는불현듯이재생된다네가 생각날 때면머릿속에서너의 전화번호가울린다전화기를 들어손가락도기억하는너의 전화번호를누른다그러나통화연결을누르지 못한다지워지지 않는너의 전화번호지만전화하면안 된다는 것은가슴 깊숙이알고 있다어떻게너...

도전 또 도전 심상율

진정한 실패가무엇인지 알아바로 도전하지않는 것이야누구나 참신한생각 하나쯤은가지고 있잖아실행하지 않고생각만한다는 것이문제지생각을 했으면한번 뛰어들어 봐도전은돈이 없어서못 한다 말하고도전은 금수저나하는 것이라 말하는사람은도전 한번 안 해본사람이야돈이 없어도도전할 수 있어생각만 있다면못하는 도전은 없어도전에 실패란 없어성공으로 가는 길을알아가는과정일 뿐이야...

도전할 용기 심상율

난겁쟁이였어모든 일에핑계를만들었어경쟁자가 많아너무 어려워나에겐 필요 없어응시료가 비싸전부 핑계였어사실 무서워서핑계를 만들었어낯선 것을시도하는 게두려웠어그래서도전조차하지 않았어낯선 글자낯선 사람낯선 장소낯선 것이무서웠어난겁쟁이였어이런 나에게도전할용기를 준사람이 있어왜 해보지도 않냐고새로운 것을배우는 게재밌지 않냐고같이 도전해 보자고함께해 주겠다고이건 재...

쉬는 시간 10분 심상율

학창 시절의쉬는 시간10분은엄청나게 긴 시간이었어쉬는 시간10분 동안건물 5층에서 내려와운동장을 가르고정문 옆에 있는매점에서빵을 사고전자레인지에2분을 데워먹고화장실까지다녀와도시간이 남았어바쁘게 움직이는 것도아니었어천천히 움직여도10분 안에모든 것을해결했어쉬는 시간10분 동안친구를 찾아가담소를 나누고친구와 캐치볼도 하고공을 차기도 했어성인이 된 지금은1...

약속의 무게 심상율

약속을 했으면지켜야지약속의 무게가가벼워졌다약속을 하면지키는 것이당연한 것이었다약속의 무게는그 어느 것보다무거운 것이었다나의 신의와너의 신의가합한 무게의 값이약속이었다약속은무슨 일이 생겨도지키는 것이었다약속한 시간에약속한 장소에약속한 사람을기다리는 것이당연했다약속된 시간에사람이 오지 않는다면기다리는 것이당연했다약속을 했기 때문에약속은그런 존재였다요즘은 ...

졸병의 의지 심상율

아무도 졸병을신경 쓰지 않지최전방에 세워진졸병은장군을 위해기회를 만들희생양으로 생각하지남의 생각은신경 쓰지 않아비록 졸병일지라도한걸음 전진한걸음 전진적진으로 들어가느릿느릿 한 졸병은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장군과 장군끼리싸우기 바쁘지한걸음 전진한걸음 전진뒷걸음은 없어기마병이 달려 나가고사방에 포탄이 떨어지고화살이 땅에 박히는소리가 들려두려움을 무릅쓰고한걸...

착한 여자 나쁜 남자 심상율

착한 여자가 있어사고 싶은 것만 사고관심 있는 것만 보고듣고 싶은 것만 듣고먹고 싶은 것만 먹고하고 싶은 것만 하는세상 물정 모르는동화 속의 공주 같은착한 여자가 있어나쁜 남자가 있어착한 여자만골라서 잡아가는나쁜 남자가 있어나쁜 남자는착한 여자를 발견하면작업을 시작해착한 여자는나쁜 남자가나쁜 남자라고판단하지 못해남자라고는관심이 없었으니원래 남자란 생물...

토요일 12시 35분 심상율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 창문 사이로 스치는 바람 느지막이 잠에서 깬 토요일 12시 35분 기분 좋은 적막 조금씩 음미하는 여유 커튼을 걷으니 쏟아지는 온기 창문을 젖히면 들이치는 공기 신선함에 한 번의 심호흡 조급함이란 없는 토요일 12시 35분 잔잔한 음악 따뜻한 커피 신비한 소설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토요일 12시 35분

회상의 노래 심상율

타임머신은이미 존재한다엄지손가락만 한MP3 플레이어 안에는나를 과거로 보내주는타임머신이 들어있다MP3 플레이어 안에들어 있는노래 목록들은몇 년도 몇 월에도착할지기록해둔 좌표다그 좌표를 따라나는 과거로 간다그때의 노래를 들으며그때를 열람한다이 노래와 함께기록한 장면을 열람한다희미한 미소가 띤다기분이 좋다나는 지금 10대의어느 날에 있다노래는 절정으로 향...

각본보다 더한 현실 심상율

세상에서가장 유능한작가가각본을 써도현실을못 따라가아무리 각본이신선하고충격적이고막장이더라도현실에서는그보다 더한일들이벌어지고 있어인간의 상상력이아무리무궁무진하고독창적이라도상상력은상상력일 뿐이야상상은현실을벗어나지 못해현실은상상하지 못하는상식이통하지 않는예측할 수 없는일들이벌어지고 있어현실은무서운 곳이야상상으로 만든허상의 세계보다더욱잔혹한 곳이현실이야각본을 ...

공명정대한 돈 심상율

세상이 따뜻하다고말하는 위선자들이 있어이론적으로만 완벽한이상의 세계를말하는 자들이 있어그런 자들보다는돈을 밝히는 게 나아돈이 더럽고불순하다는자들이 있어사람과 사람이서로 돕고 살아가면돈이 필요없다말하는 자들이누구보다돈을 좋아하는사람들이야남들의주머니 털기바쁘지교활한 말로 말이야돈은 순결해돈은 무결해돈은 배신하지 않아배신하는 것은사람이지인맥을 밝히는 것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