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그림자만이

전찬준
흐린 숲길을 걷다
아침이 오는 순간
고갤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그 아쉬움

오래된 돌들에게 길을 물어
어딘가로
외로운 나무 한 그루
더 외롭게 서 있네

밤새 촉촉히 젖은 나문
아침을 기다리고,
밤새 축축히 젖은 나는
무엇을 기다릴까

아침은 어김없이 오고
바람도 어김없이 부네
해는 어둠을 걷어가고
바람은 안갤 걷어가

주위 모든 것들이
하나 둘씩 얼굴을 내밀고
나는 뭐가 부끄러운지
고갤 숙이네

잃어버린 것들은
그냥 다 잊기로 했네
나는 앞만 보고 걷는 사람
앞만 보고 가네

멀리 아침은 오고
내 등 뒤엔 니가 서 있지만
나는 앞만 보고 걷는 사람
앞만 보고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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