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에서

거닐숨


생각보다 언덕은
높지 않아서 채 5분도 안 되어
적당히 아담한
그 풍경을 보았지만
아까 발을 두었던 곳들이
거기 자연스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그 모습이
너무 낯설어 보여 슬퍼 졌었지
내게 건네 주던 웃음과
무른 손길의 뒤편에는 얼마나 많은
불안들이 있는지 알지 못했던
다시 오랜 시간을
걸은 것 같아 잠시 멈추어 서서
셔터를 분주히
눌러 대고 들여다보니
눈부시게 빛나는 나뭇잎 사이
나란히 붙어 있는
조용한 집들까지
바로 눈앞에 있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게 기록된 거야
좋았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
그렇게 기억된 거라면
지금 이런 나도 언젠가
네게 그냥 좋은 기억이 될까
내게 건네 주던
웃음과 무른 손길의
뒤편에는 얼마나 많은
불안들이 있는지 알지 못했던
그때의 내가 이제야 보여
한 조각의 마음도 꺼내기
힘들었던 시간에서 지금은
얼마나 멀어 졌는지
언제쯤 알게 될까
그럭저럭 오늘은 하늘이 맑아
오랜만에 조금 눈이 흐려져
풀린 끈을 묶고
한숨처럼 말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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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닐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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