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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츄르를 만드는 백 가지 방법

오늘
앨범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10작사 오늘작곡 Mate Choco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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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외다?”

씨익 웃으며 다가오는
모르모트 씨의 뒤로 웨건을
끌고 오는 비글 씨가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모르모트 씨,
반죽을 받으러 오셨나요.”
“에, 그게 말이지.”
모르모트 씨가 웨건에서
갖가지 유리병을 꺼내옵니다.
비커와 저울, 스포이드?
온갖 실험 도구들이 웨건에
아무렇게나 뒤섞여 있군요.
“이게 다 뭐죠?”
“뭐든 비율이라는 게
중요하지 않겠소? 모든
건 정확한 계량에서
시작하는 거니까.”
“츄르는 그냥 입맛대로
만들면 되는 음식입니다.”
“그래도 저울에 달아는
봐야지.”
제 손에서 국자를 빼앗아
반죽을 비커에 옮겨 담으며
모르모트 씨가 말합니다.
저렇게 일일이 계량을 해서
옮기려는 걸까요?
이 상태로는 오늘
새벽이 아니라 겨울이
다 지나가도 시간이
모자라겠군요. 주변을 휙휙
둘러보던 저는 얼른
주방으로 가 디지털
저울과 커다란 볼을
가지고 나옵니다.
“이걸 쓰시죠.”

저울을 본 모르모트 씨와
비글 씨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집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
2kg의 반죽을 정확하게
통에 담은 둘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합니다.
족제비 씨와 배스 씨도 적당량의
반죽을 덜어 한쪽에
자리를 잡고, 마지막으로
엄마 수달이 하얀
법랑 용기를 들고
찾아옵니다.
“가족이 넷인데 그것으로는
양이 적지 않겠습니까?”
“모르는 소리. 많이 가져가면
결국 치울 게 더 많아질 뿐이에요.”
엄마 수달의 말에 저만치서
아빠 수달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입니다.
마치 무한동력을 탑재한 것처럼
골목을 뛰어다니는
해달과 수달 형제를 보니
이해가 가긴 하는군요.
아빠 수달은 커다란
김장 매트를 골목에
펼치고 있습니다.
“아마 츄르만들기가 아니라,
신나는 촉감놀이 시간이 되겠죠.”
저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법
랑 용기에 반죽을 옮겨 줍니다.
엄마 수달은 꼬리를 흔들거리며
뒤뚱뒤뚱 김장매트가
있는 곳으로 돌아갑니다.

동물들은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재료들을 챙겨와
반죽에 넣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자유롭게 만들면 됩니다.”
아기고양이와 인간은
참치와 닭고기, 황태와
연어를 넣어 마치 군대처럼 척
척척 일사불란하게 츄르를
만들고 통에
담기를 반복합니다.
무난하게 맛있는
츄르가 되겠군요.
재규어 씨와 사슴 씨는
츄르를 담으러 왔다는 건
핑계 같군요. 데이트
코스 중 하나로
체험활동을 왔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닌지.
온갖 채소가 들어간
츄르는 녹색으로 변했다가
이내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보라색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아, 지금은 인삼을
넣고 있군요.
물개 씨는 예상했던
대로 정어리와
작은 생선들을 종류별로
돌절구에 빻아 야무지게
반죽에 섞고 있습니다.
꼼꼼한 손놀림만 봐도
일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너는 대체 여기에서
왜 이러고 있는 건데?”

갖가지 식재료 냄새
사이로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
새가 퍼집니다. 저는
식당 입구에 놓은
간이 테이블에 앉아
네일을 잔뜩 늘어놓은 채
손톱에 바르고 있는
양을 쏘아봅니다.
“구경하러 왔지.”
“츄르도 안 만들 거면서
왜 굳이 와서 방해를
하고 있지?”
“방해라니, 자기 관리 중이지.”
“그러니까 그 관리를
왜 여기서 하는 건데.”
“아니, 동물원도 아닌
곳에서 이렇게 온갖
동물이 모여있는 장관을
또 어디에서 볼 수 있겠어.”

손님들이 구경거리라도
된다는 듯
말하는 녀석에게 한마디
하려는 순간
알코올 향에 콜록콜록
기침이 터집니다.
힐끔 바라보던 양은
덤덤하게
손톱을 들여다보며
말을 이어갑니다.
“게다가 여기 내 손님도 있으니까
애프터 서비스 차원에서
모발 상태도 겸사겸사
확인할 겸.”
저만치서 해달 씨가 양을
향해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합니다.
어차피 가라고 한다고
갈 녀석도 아니니
얼굴을 붉혀봤자 저만 손해입니다.
돌아서려는 제게 양이 알
록달록한 도시락통을 내밉니다.
“온 김에 저기 사슴이
만든 츄르로
좀 담아줘. 초식 동물은
사슴밖에 없네.”
“맡겨놨어?”
“그러지 말고 좀 나눠줘.
야박하게.”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며 등을 돌립니다.
하지만 사슴 씨가 만든
츄르를 맛보다
사색이 된 재규어 씨를
본 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두 통 담아줄게.”
“오우-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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