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인생 풍파 팔다리를 묶인 채
알몸에 옷 한 벌 겨우 건졌건만
싸구려 동정심 난 구걸한 적 없소
두 눈 부릅뜨고 이를 갈고 갈어
끝내 살아남는 게 이 몸 팔자요
손가락질일랑 정중히 거절하오
뒤를 보는 놈 싹 다 발라먹고
앞서가는 놈 한탕 베껴먹고
배를 채우네 이 몸은 뱀이오, 독을 문 뱀이오
오 인생은 쓰고 오 삶은 지독하니
땅에 붙어 기어서라도 오 나는 살겠소
떼쓰는 예술가 비겁한 몽상가
“아이고 저놈 저거 돈독이 올랐네”
한참을 욕하곤 주린 배 끌어안지
난 땅에 사는 놈 또아리 틀고서
저 위를 나는 놈 여기 끌어내려
배를 채우네 이 몸은 뱀이오, 독을 문 뱀이오
오 인생은 쓰고 오 삶은 지독하니
땅에 붙어 기어서라도 오 나는 살겠소
저 오르막 뒤로 또 내리막 그 뒤로
고개를 들고 기어서라도 오 나는 가겠소
가겠소
가겠소
오 인생은 쓰고 오 삶은 지독하니
뱀이라도 기어서라도
내 독이 차올라, 피 같은 돈돈돈
내 독이 차올라, 피 같은 돈돈돈
내 독이 차올라, 피 같은 돈돈돈
내 숨이 차올라, 피 같은 독독독
피 같은 독독독
피 같은 독독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