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당근 좀 사 오라 해
그 옆에 있는 브로콜리마저
없으면 아무거나 사와도 돼
나를 차 버린 그년이랑
갈아 먹게
아주 꼭꼭 씹어
잘글잘근
씹어 먹게
믹서기에 칼날을 갈아 놨어
버튼만 누르면 싹 갈리도록
난 지금 너무나도 기대가 돼
oh yeah
아스파라거스처럼 날씬한
그녀의 남자 친구를
오늘 만날 거야
둘이 손잡고 같이 왔으면 해
엄마가 사 온 당근이랑
갈아 먹게
아주 꼭꼭 씹어
잘글잘근
씹어 먹게
야들야들한 자두 껍질 같이
싱그러운 토마토처럼 달콤했던
내 지난날을 고맙게도 삭혀 버린
썩은 와인 그 이하도 아닌
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뒤돌아선 무수히도 씹어 삼키는
그럴 바엔 차라리
그걸 삼킬 바엔 차라리
고요한 안방 문을 살포시
걷어차 버리고
주차장 앞 모퉁이를 돌아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구멍가게로 들어가
장바구니를 들고선
닥치는 대로 보이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골라 주는 대로
가져오기만 해 같잖은 악수보단
악취는 나지 않을 테니
갈아 먹게
아주 꼭꼭 씹어
잘글잘근
씹어 먹게
갈아 먹게
갈아 먹게
갈아 먹게
갈아 먹게
갈아 먹게
갈아 먹게
아주 씹어 먹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