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넌 피부가 이게 뭐냐 여자가
이제 남자 친구도 만들고 그래야
엄마 엄마 앞에 앞에
언제부터였는지
우리 엄마라는 단어가
언제부터였는지
우리 딸이라는 단어가
눈물샘을 자극해
내 심장이 막 따뜻해져
주름이 진 얇은 손목을 봤어
이 나이가 되기 전엔
난 알지 못했네
어릴 때는 그저 잔소리 대마왕
아니면 딸을 이해 못 해주는
구시대적 발상을 가진 마녀
난 말했지 엄마처럼은
안 될 거야 라며
중학생이 되었을 때
엄마는 나를 앉혔지
찻잔을 잡은 손가락이
가녀리고 떨렸지
아빠가 떠난 이유를
말해준다는 말씀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어
이제 안 궁금해
글썽였던 눈물을
흰 옷깃으로 닦았지
아픈 기억 굳이 꺼내지 마
그냥 안아 줘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었지
분명 겨울이었는데
세상이 따뜻했지
나 하나 때문에 이 사랑 때문에
또 일 때문에 잊고 살았던
엄마의 찬란한 인생
이젠 잠시 쉬어요
내가 이렇게 어른이 됐잖아요
우리 엄마
얼어붙은 빙판길에서
넘어지셔서 팔로 땅을
짚으셨는데 꽤 다치셨어
그때 다짐했지 우리 엄마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 드리고 싶은 일
작은 자동차 한 대 선물하기
평범한 직장에서
또 평범한 월급을 받으며
한 여자의 딸로서
또 한 엄마의 자식으로서
열심히 살았어 남자 문제로
속 안 썩여 드리고
좋은 친구 만나고
술 적당히 마시고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딸
아닌가 싶어
그리고 딱 2년 뒤에
할부 말고 현금으로 빨간 경차
한 대 사 드렸어 내가 번 돈으로
그때 엄마의 표정 말야
진짜 토끼 같았어 귀 쫑긋 세우고
아 이걸 찍어 놨어야 됐는데
내가 선물해 놓고
내가 더 많이 울었어
이 정도로 울다니
난 불효자였나 봐
다시 태어나도 행여
내가 뭐 사슴이나
다른 동물로 태어난다 해도
난 당신의 딸이고 싶고
아들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우리 엄마
나 하나 때문에 이 사랑 때문에
또 일 때문에 잊고 살았던
엄마의 찬란한 인생
이젠 잠시 쉬어요
내가 이렇게 어른이 됐잖아요
우리 엄마
내가 살면서 우리 딸이 사준 차를
타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앞으로 더 많이 행복하게 해 줄게
엄마
그래 우리 딸
야 넌 피부가 이게 뭐냐 여자가
이제 남자친구도 만들고 그래야
엄마 엄마 앞에 앞에
빛이 없던 세상 속에
엄마가 있었다
흔들리는 촛불을
두 손으로 감싸주셨다
나중에 잘 해 줄게 잘 해 줄게
할 때는 항상
엄만 내 옆에 있었는데
왜 이제 잘 해야지 잘 해야지
하는 순간엔 엄마는 없는데
지나고 후회한들
뭐가 소용이 있으랴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내겐 의미가 없구나
그 바람이 잠시 머물 때
지키고 아끼자
소중한 사람이 떠났을 때
흐르는 눈물이 막연한
후회가 되지 않게
후회하지 않게 노력하자
어머님 감사합니다
효도 진짜 많이 하겠습니다
나 하나 때문에 이 사랑 때문에
또 일 때문에 잊고 살았던
엄마의 찬란한 인생
이젠 잠시 쉬어요
내가 어른이 됐잖아요
우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