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길을 따라 걷다가
보다 보니
어느덧 문득
기억이 났던 기억이
토악질처럼 되새겨져 나와
토악질, 이라니, 참, 듣고싶지 않은,
단어겠지, 하지, 만,
등산을 하던 뭘 하던, 숲 속을
헤매이다 보면은 결국 떠올리게 되는
옛날의 그
트라우마, 상흔들
어둔 길을 혼자
걷고 있을 때가 있지
그럴 때 넌 누구를 살펴 보고
어디를 찾아 봐야 하지
앞 길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지도도 없이
달빛만이 희미하게 네 앞 길을
보여줄 때
넌 견뎌
내야만 해
별빛들도 아스라이
바람 결에 흩어지는 것마냥
잎사귀들 사이로
사라져 가는데
음악, 음악, 음악,
그게, 뭘까, 음학, 은 아니고,
감각, 에 의해 적어진 무언가,
라는 게, 내 지론이네,
감각, 뿐만이 아니라,
뭔가를 덮어 내,
학문적으로
정립한 이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말은 아니네,
숲 길, 아스라이, 사라졌던,
어두운 밤, 홀로 걷던,
그 어둔 길 속,
여기는 어딘가, 나는 누구인가,
그저 갈 곳 몰라 헤매이던
어린 날의 나는 정처없이 멈춰
이곳에 잠시 서 있다네
있구나, 지겨운 상념이 다 버려진 채로
있구나,
흙바닥 아래에서 나는 무엇을,
발견을 했는가,
묻힌,
지난,
기억,
숲 아래,
내가 가만히, 뒀던 것들은,
뭐야 내,
안에 가만히, 있었던 것들은 과연
잊어버린
것들
신앙
신학
미학
미망
다 잊지 못한
것들조차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네
그대는 어디에 서 있는가 지금
기로는 어디로 향해 있는가
이 시대,
24년 3월 21일의,
시간은 앞으로 흐르는지 뒤로 가는지
우리네 인생의 시간은 그저
묵묵히, 앞으로만 수레바퀴를
굴려 간다네,
당신의 인생이 남아있어
그 끝날 까지 갈 길이 멀어 보여도
젊은이조차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삶의 처연한 사실이네
숲,
초록색,
녹음,
푸르게,
짙어진,
그 바람 아래,
침엽수, 혹은 활엽수,
태양빛이 다 비추지 못한,
어저께의 태양은 아직도 온기를 흩뿌려
오늘의 씨앗들을 싹틔우네
발아하지 못한 것들은 다
제 운명이라 여기며 겸손히 고개를 숙였네
콩나물 씨앗, 은 아니고 제각기
씨, 열매 맺는 것들이 이 세상에 뿌려져
알 수 없는 조화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내가 그 속에서 덤덤하게 취해야 할 것은
단순한
태도라네
경외라네
경외함에
압도되어 말을 잃었네
아날로그,
디지털,
세상을 지은 이의, 감수성이 담겨 있는
노랫말을 읊어보자,
이런저런 헛소리를 하는 것두,
같지만은,
숲, 그래 숲,
초록빛의 그 이야기를 하고 있네,
페어리가 날아다닐 듯한 숲의
숨결을 담은 음악 소리
그런 것들을 상상한
조악한 건반 솜씨가
비스무리한 음악 무언가를 만들어냈는데
사실 페어리는 아니고
사람이 다 보지 못하는 자연계의
어떤 물질이라네,
빛무리 때문에 흩어지는 듯 보이는
알 수 없는 식물의 가루들, 흙먼지들,
나무의 부스러기,
생명의 편린들이 숲 여기저기에
흩어지면서
그것이 생물일까, 혹은 아닐까
알 수도 없이
흐릿하게 숲 여기저기를 떠다니는데
사람은 그것을 보고 예전부터
요정을 상상했다지만,
고작 벌레에 불과하지,
그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조율을 해낸 악기의 음률이 아름다운 마냥
조물주의 감성과 감각이
차분하고도 아름다운 이유이네
숲,
나뭇잎,
어둠,
빛,
뭐 그런 것들이,
이지러졌다가 다시 밝아졌다가,
그 생태계 속에는 세상이 담겨져 있다네
아침에는 해가 떠오르고,
저녁이 되면 해가 저물고 달과 별이
숲 사이 길을 인도하고
길 잃은 사슴, 동물들은 제 둥지를 찾으러 떠돌며
야행성의 포식자들은 길을 잃은 어린
동물들의 뒤를 조용히 노린다지
세계, 동식물, 자연계, 에코 시스템,
순환하는 그 속에 담긴 여러가지 조화와 작용들이
그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네,
사람은 자연계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그 장면들을 보고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섣불리 사람의 손이 닿는 것보다는
덤덤하게 감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 몰라,
이미 지어진 것의 신비를 감상하는 거지,
그것보다 조금 더 나은 손길이 될 수 있다면,
또 뻗쳐보는 것도 괜찮은 이야기이겠지.
태양 아래 그늘진 구석에 숨어든
여러 동식물들의 이야기,
벌레들의 생애에 대하야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그 속 미시세계를 관찰하는 관찰자, 과학자들의
호기심이 과학의 저변을 더욱 더 넓혀왔고
오늘 날의 과학 서적의 기초 페이지를 채워왔겠지
숲은 생명의 근원,
사람이 함부로 발을 들여놓았다간,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어지러운 공간이지만,
그 곳에 습기 찬, 햇빛이 머무는 자리에는
생명이 잉태되고
또 살아가고, 변화하고, 그 속에서
이합집산하며 하나의 세상을 이루었다네
인간계도 그러하지,
물, 습기, 그런 건 언제나 늘, 생명의 근원,
처럼 여겨지지,
물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네,
달리 말하면 생명의 근원이 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
습기를 머금을 숲과 자연, 식물들이 있으니
그것들이 생장하며 내뱉는 산소와 먹는 이산화탄소,
자연스레 뱉어대는 물과 먹는 물 그 사이에
그보다 작은 자연계의 물질들이
담겨있고 자라나고,
뭐 아무튼 간에
원시림을 가 본 적은 별로 없지만은
여기까지가 아마 마지막이 될 것도 같네
긴 이야기,
동화도 뭣도 아닌,
지루한 에세이나 같은 걸 들어주어 고맙다네
긴 곡이었고
소재는 숲이었다네
바람과 물,
그런 것들이 합쳐지는,
잠시 머무르는,
묵을만한 곳이 되는 땅 위의 숲
거기엔
사람은 살기 어려워도
자연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네,
그래,
사실 살만한 곳은 이미 개발한 도시의 아파트가,
제일 좋기는 할 거야.
숲과 도시, 그 사이에,
늘 사람이 있다네, 사람은 영 도시에서만 살 수도 없고,
아주 숲에서 살아갈 수도 없는 운명이라네,
지어진 땅 위의 길을 개척하라, 그게 주어진 인간의
삶이라네
인간은 살아가며 무언가를 부수고,
하지만 그 속에서 다시 가꾸고,
못된 성정을 부렸다가,
회개를 하기도 하고,
백 년도 안되는 짧은 땅에서의 삶,
그것에 객기를 부려가며
하늘 아래 살아간다지,
다 진,
이미 다 져버린, 그런 옛날 말들,
그런게 내 속에 남아있다가,
이런 말들을 적을 때 토해져나오는 지도 모르겠네
숲에서 고요히 캠핑을 즐기고
은하수 아래에서 잠들어 있다가
다시금 걸어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수목림에서
산림욕을 하고 고요한 마음 속의
침잠된 정신을 얻었다가
번잡한 도시로 걸음하는 발걸음이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고,
사람들은 늘 제 욕심대로 살고,
돈을 바라며 쫓고, 있다지만 제대로
쫓는 놈은 정작 있지도 않고,
헛된 것들만 바라보다가
다 무너지는 바벨탑,
이 꼭 그 짝이라네.
헛된 것을 쫓은 자의 마지막 말은 늘
덧없는 삶을 살았구나, 하는 지독한
한탄과 회한이 섞인 한숨이라지
다윗을 보고 자랐던 솔로몬의 마지막이
어떠했는지
긴 이야기를 들어주어 고맙고 내
사변 속에서 그대의 이야기를 찾아내
잠시라도 즐길 수 있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