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부 하나 어사또에게 화 내는데

은희진

아니리
어사또 들으시고 음 허나 춘향의 천기의 자식으로 관정발악 허였다니 그는 그 죄 용대치 못 허리라 그 중에 늙은 과부 하나 성이 잔뜩 나가지고 좌우를 헤치며 나오는듸

자진모리
나이는 일백일곱살이요 피부가 윤택허고 이목이 명료허고 기운이 정정허니 심술 많고 욕 잘 허고 곳곳허고 땟손 있는 모질고 독헌 부인 챗 머리 흔들흔들 눈썹이 꼿꼿 양미간을 찡그리고 이를 으드득 갈면서 들어오는듸

아니리
이가 죄 빠져서 이가는 소리는 안 들리나 이 가는 표정은 보이든 것이었다 워라 비껴라 워라 비껴라 아니 여보시오 수의사또 그래 제 서방 위해서 수절하는 사람을 잡어다가 수절 말고 나와 살자고 잡어 내여 때린 사람은 아무 죄가 없고 두 지아비 섬기는 게 그렇게 큰 죄련가 워따매 여 거 우수운 놈의 공사 다 보것네 어사또 분부하시되 사필귀정헐 터이니 각기 부인들은 돌아들 가시라 처분만 바래옵니다 이렇듯 부인들은 각기 돌아가고 어사또 다시 분부를 하시는디 춘향은 듣거라 니가 자칭 열녀라 하니 일정한 지아비만 섬겼는가 이부만 섬겼네다 어찌 이부를 섬기고도 열녀라 허는고 두이짜가 아니오라 오얏리 자 이부로소이다 그래 그렇다면은 본관수청을 부족타 허였으면 잠시 지내가는 수의사또 수청이 어떠할고 수의사또 수청만 듣는다면 너의 원한도 설원할 수 있으려니와 만일 수의사또 수청도 거역한다면 당장 죽고 남지 못 허리라 춘향이가 이 말을 들어노니 어간이 벙벙허고 천지가 아득허여

중모리
허허 갈수록 산이로구나 태산을 치고 나면 평지가 있다는듸 나는 갈수록 산이로구나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초록은 동색이요 양반은 도시 일반이요 그려 나라에서 봉명사신을 보냈으니 민간질고를 살피소서 창녀에게 절행이라니 춘향은 창녀의 자식이나 창녀도 아니오고 창녀 절행 있는 줄을 사또는 어이 모르시오 옛날에 의창이는 태학사를 섬겨있고 유명한 홍불기는 이정따라 갔아오니 창년들 절행이 없으리까 총송록죽 굳은 절행은 비 온다고 변하오며 층암절벽 굳은 바위가 바람이 분다고 쓰러질가 어리석은 춘향이는 수의사또가 행차를 허셨다기로 세세원정을 올린 후에 목숨이나 살아날까 바랬더니마는 이제는 믿을 곳 없이 할 일없이 죽소 그려 송장 임자는 문 밖에 있으니 용천검 드는 칼로 베이시랴거던 베이시고 수레에 사지를 찢어 발기시랴거던 발기시고 문어 전복 버무리듯 점점이 오리던지 용가마에 기름을 끓여 튀허시여 죽이던지 조롱을 말고 죽여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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