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령, 춘향집 건너 가는데

은희진


아니리
이렇듯 야단할 적 그 때여 춘향에게서는 보름날 저녁에 만나자는 답서가 왔는지라 실성 발광으로 보름날이 당도커늘 새벽부터 방자를 쌍창문 밖에다가 턱 얹혀놓고 그냥 부지 못하게 허든 것이였다

평중모리
동방이 히번이 밝아오니 방자 불러 앉혀놓고 해 소식을 묻는구나 이 애 방자야 해가 어찌됐나 너 좀 보아라 아니 도련님 아 인제 동트는데 무슨 해를 보란 말씀이요 이 애 방자야 예 해 좀 보아 이놈아 아 인제 동튼다 말씀이요 인제 동 터 예 해 인제 돋습니다 인제 돋아 어쩔거나 인제 돋아 어쩔거나 인제 돋아 어쩔거나 인제 돋는 해를 언제 보내고 춘향 집을 가잔 말이냐 이 예 방자야 예 해 좀 보아 이놈아 해 인제 사시쯤 되었오 사시되어 어쩔거나 글 읽고 말헐 때와 술 먹고 노닐 때는 해가 장히 짧더니만 구태여 오늘 해는 어찌 이리 지루허냐 이애 방자야 해가 어디만큼 갔나 보아라 방자야 예 해 좀 보아라 이놈아 해 인제 오시나 되었오 오시되어 어쩔거나 하나님 오늘 규모 대단허시다 이 애 방자야 예 해 좀 보아야 이놈아 해 인제 육시나 되었오 이 자식 해가 육시가 있단 말이냐 오시넘으면 육시 아니요 너 참 매우 유식허다 이 방자야 방자야 이 애 방자야 해가 어디만큼 갔나 보아라 해 인제 동에서 아구 트느라고 딱 헙니다 저 자식이 사람을 죽일 놈 아닌가 네 말대로 금시 육시 되었다던 해가 이제야 아구 튼단 말이냐 인제 막 서풍 속 소리 바람결에 해가 밀려 동에가 콱 처박히더니 이제야 나오너라고 뭉개뭉개 야단났오 도련님 답답허여 문 펄쩍 열고 밖에 나와 하늘을 바라보며 축천법을 배웠드면 유구후예 활을 빌어 해를 내가 칩더쏘아 떨어지게 허련마는 대자대비 일광보살 어서 넘어 가옵소서

아니리
그렁저렁 일모황혼이 되니 도련님 좋아라고 이 애 방자야 예 상방에 불껐나 좀 보아라 아직 멀었오 아 이게 초저녁인듸 어느새 불을 끌 것이요 이 애 방자야 예 상방에 불껐나 좀 보아라 이놈아 아이고 답답허여 내가 못 살겄오 소인이 가서 여쭈워 보고 올랍니다 무슨 말을 여쭈워본단 말이냐 언제쯤 주무실란간 사또 전에 그대로 여쭈어 볼랍니다 아 저런 천하에 미친 자식 좀 보아 이 자식아 그런 넋빠진 소리 허지 말고 거기 앉어서 자세히 좀 보아라 이 애 방자야 예 상방에 불껐느냐 허허허허 내가 더는 못 살겄오 소인이 가서 살짝 엿 좀 보고오라요 방자 총총 갔다오더니 도련님 다 틀렸오 아니 이 놈아 어찌 되었느냐 사또께서 오늘 저녁에 기공불러 놀으신다고 기생 부르고 공인 부르고 관청에 가서 음식 바삐 가져오라 허고 책방 나리더러 날새도록 노르신다고 허니 도련님 일은 다 틀렸오 잊어버리고 어서 주무시오 도련님이 말을 들어노니 흉중이 콱 막혀 눈물이 빙빙빙 돌며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집구석 일 잘 되어간다 부자간에 어쩌면 한 날 이렇게 바람이 나는고

아니리
이렇듯 자진헐 적 이윽고 퇴령 소리가 나니 방자를 앞세우고 춘향 집을 찾어나섰것다 향단이 반기 맞아 춘향 방문 가만히 열고 아가씨 책방 도련님 나오셨오 춘향이 이 말 듣고 경부경 이러나니 향단이 도련님을 모시고 방으로 들어가 상좌에 좌정하셨것다 도련님이 아랫목에 앉어서 방안을 잠깐 둘러보니 별로 사치 없을 망정 명화 두장 붙엇는듸 이상허든 것이였다 동편벽을 바라보니

중모리
옛날에 칠년대한적에 탕인군 희생되어 전조단 신영백모 육사로로 자책허며 상림들 비를 빌어 대우방 수천리에 곤룡포를 적셔 입고 연궁으로 가는 경을 역력히 그려있고 남벽을 살펴보니 상산사호 네 노인이 바둑판을 앞에 놓고 일점 이점 땅땅 둘 제 한 노인은 학창의 윤건쓰고 백기를 손에 쥐고 한 노인은 갈건도복 떨쳐 입고 흑기 손에 들고 하도락서 법을 찾어 이만 허고 앉어 있고 한 노인은 청령장 반만 짚고 바둑훈수 허느라고 어깨 너머로 넘어다보며 이만 허고 앉어 있고 또 한 노인은 건을 벗어 송지에 걸고 죽관을 재처 스고 오현금 거문고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세무지음 우의곡을 시르렁 둥덩 타고 놀 제 백학이 춤추는 경을 역력히 그려있고 북벽을 바라보니 천년 반도 요지연에 서왕모의 청조로다 그림 아래 앉은 춘향 달도 같고 꽃도 같고 월서시 태도같고 숙랑자 체격이라 방 안 치례를 살펴보니 각장장판 능화도배 소라반자 완자밀창 용장봉장 궤 뒤지며 가께수리 삼층장과 자개함롱 반다지 평양장롱 의주장에다 대단이불 공단요와 원앙금침 잣 베개를 층층히 쌓어놓고 면경 체경 옷거리며 용두색인 장목비 쌍룡그린 빗첩고비 벽상에 걸어두고 천은요강 백통대야가 좌우로 버려있고 문채 좋은 대모책상 화류문갑 비취연상 산호필통 마노연적 연지연 봉황필과 시전주지 서전주지 당주지 금책지 한데 말어 두고 만원시서를 쌓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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