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패배했었던 그날,
마지막 태양을 보고 있었지.
내 머리 위로 검은 새가 날아
불길한 마지막 잔을 채 우네.
열망의 피는 좀 더 진해 졌어.
나의 우울한 상념 속을
헤메이는 너의 존재가
어둠 속에 드리워져
결국 모두 파괴하고 말지.
파멸의 날개를 걷어 주길
부서진 내 자아의 편린들은
더 이상 빛나고 있지 않아.
비극을 예견한 그 대가겠지.
밤하늘엔 별도 달도 없었지.
불완전한 존재는 길들여 져,
나에게 극단을 강요 했어.
운명일 꺼라 생각했었던
것들이 나로부터 벗어났지.
손등에 포개어진 그 미열,
네 눈에 비친 날보고 있어.
허망한 키스를 그대에게
세계는 온통 푸른빛으로
한없이 물들어 비를 내린다.
느낄 수 없던 시간의
경계를 넘고 내게 다가와
너에게 말하지 못한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 줘.
철저히 짓밟혀 버린,
남김없이 재가 되어 버린 너의
청춘의 작은 개화가
복수의 붉은 꽃잎이
하늘에 만개해 흩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