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겨울이 다오기 전에 할아버지 손잡고
뒷산 골짜기로 싸리나무 베러 간다네
할아버지는 싸리 자르고 나는 칡뿌리 캐서
한 잎 질겅 씹고 나니 에헤하 기분 좋아라

할아버지 등에 맨 지게엔 싸리가 한 가득
나는 지친 몸 털래털래 칡뿌리 들고 집으로
마중 나오신 울 할머니 마당에 멍석 놓으시고
싸리비 만들 준비 하시네 에헤라 겨울 올까나

서울길 올라간 울 아빠 울 엄마
기다리는 겨울 오면 좋은 소식 갖고 오겠지
그러면 칡뿌리 씹지 말고 맛있는 사탕 사서
동생이랑 한 입씩 에헤라 기분 좋아라

구슬치기 하러 갈까 딱지치기 하러 갈까
동생업고 기차역 가볼까
혹시나 좋은 소식 올까나
에라 기다리기 지치는데 동네 아이들이랑 치기 장난이나 할까
에헤라 겨울 올까나

서울길 올라간 울 아빠 울 엄마 기다리는
겨울 왔는데
소식없이 날만 자꾸 가네
이제나 저제나 올까나 버렸던 칡뿌리 다시 주워
한 입 질겅 에헤래 겨울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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