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처녀 한숨

이원재


해는 기울어 저 산 너머 힐끔힐끔 나를 쳐다본다
노래하는 젊은이들
팔짱끼고 다니는 연인들의 모습들이 부럽기만 하네
나도 옛날에 저렇게 즐거웠던 시절이 있었나
한숨만 푹푹쉬고 하늘만 쳐다보네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지고
나는 공원 벤치에서 보름달이나 기다려본다
우연히 발밑을 쳐다보니
갈 길 잃은 비둘기가 꾸벅꾸벅 졸고 있네
모이주던 아이들 풍선을 날리던 아이들
모습들은 간데 없고
술에 취한 사람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이리저리 길거지를 사람들로 붐벼대고
어느새 하늘에선 빗줄기가 한 방울 두 방울 주룩주룩
그렇지만 나는 갈 곳 없는 나그네
나는 갈 곳 없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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