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영정 앞에 구두 아홉 켤레가 모였다
어떤 구두 이태리 명품 어떤 구두 동대문표
신발 주인들은 서로 등을 돌린 채 말이 없다
신발 주인들은 서로 등을 돌린 채 말이 없다
(내레이션)
할머니 작고 굳은 발에
고운 삼베신이 신기워진다.
줄줄이 따라나선 아홉 구두들
비 내리는 선산 흙탕길에 곡을 문대고
구덩이에 나고 들며 흙을 쌓는다.
할머니 꺼진 가슴 이제야 다시
솟아오른다.
음복이 음복을 불러 돗자리 위엔
걸지게 걸지게 술판이로다
어머니 마지막으로 자식들 절 받으시오
돌아서 내려오는 자식들 눈이 붉어진다
거기엔 이태리 명품구두 동대문 싸구려 구두없네
진흙에 범벅된 발싸게 아홉 켤레만
진흙에 범벅된 발싸게 아홉 켤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