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년 고개 2부

레몽
앨범 : (소리동화 레몽) 삼년 고개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네 집에 한 소년이 찾아왔어. 그것도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말이야.
"넌 어디서 온 누구냐?"
"아랫동네에 사는 돌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냐?"
닭 모이를 주고 있던 할머니가 물었어.
"소문을 듣고 왔는데요, 제가 할아버지 병을 고쳐드릴 수 있어요."
"네가 무슨 재주로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게냐?"
"좋은 방법이 있어요."
방에서 누워 있던 할아버지가 그 소리를 듣고 할머니를 불렀어.
"할멈, 그 아이의 말을 들어보고 싶구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누워계신 방문을 열어드렸어.
"그래, 내가 살아날 좋은 방법이 있다는 말이냐?"
"네, 할아버지!"
"이 늙은이를 놀리는 날에는 가만 두지 않을 테다."
"네. 할아버지. 지금 당장 저랑 삼년 고개에 올라가요."
"뭐라고? 거기에 또 올라가자고?"
"네, 거기에 가면 병을 낫게 할 수 있어요. 제가 가서 가르쳐 드릴게요."
할아버지는 어린 소년이 하는 말이라 믿지 않았어. 할아버지를 놀리는 고약한 소년이라고 생각했지.
"할아버지, 제가 꼭 낫게 해드릴게요. 같이 얼른 가세요."
하지만 돌이는 아주 정성스럽게 할아버지를 졸랐어. 할아버지는 마지못해 삼년 고개로 올라갔지.
"자, 할아버지. 이제 이 고개에서 다시 한 번 구르세요."
"뭐라고?"
할아버지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어. 삼년 고개에서 다시 구르라니 말이야.
"지금 당장 나보고 죽으라는 말이냐? 네, 이 놈!"
"할아버지, 화만 내시지 말고 제 말을 좀 들어 보세요."
돌이는 할아버지가 불같이 화를 내도 겁먹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어.
"삼년 고개에서 한 번 넘어지면 삼 년 살잖아요? 그럼 두 번 넘어지면 육 년, 세 번 넘어지면 구 년, 열 번 넘어지면 삼십 년이나 살잖아요."
이 말을 곰곰이 되씹어 보자, 붉으락푸르락 하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활짝 펴졌어.
"옳거니! 이젠 살게 됐구나. 고맙다, 고마워!"
할아버지는 돌이의 손을 덥석 잡고 흔들었어. 그러더니 바로 삼년 고개를 구르기 시작하는 거야. 한 번, 두 번, 세 번……열 번. 스무 번.
"할아버지, 이제 그만 구르세요."
"아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데. 내 앞으로 오백 년은 더 살아야겠다."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시며 자꾸자꾸 구르시지 뭐야.
날이 저물어 돌이는 집으로 돌아갔어. 하지만 할아버지는 삼년 고개에서 계속 굴렀지. 그러니 할아버지가 얼마나 오래 사셨는지 다 알겠지?
아마, 아직도 어디선가 살고 계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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