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방자야”
“예”
“편지 한 장 전해다오.”
“도련님 처분이 정 그러시면 편지 써 주어 보시오. 되고 안 되기는 도련님 연분이옵고, 말 듣고 안 듣기는 춘향의 마음이옵고, 편지 전허고 안 전허기는 소인 놈 생각이오니, 편지 써 주어 보시오.”
도련님이 두 무릎을 단정히 꿇고 앉어 편지를 쓰것다. 방자 보더니,
“도련님, 거 편히 앉어 쓰시오.”
“네가 모르는 말이다. ‘성심소도에 금석을 가투’라는 문자가 있느니라. 정성 없이 써 되겠느냐?”
도련님이 편지 써 주시니 방자 받어 가지고,
[단중모리]
춘향의 집을 건너가며 왼갓 생각을 두루 헌다.
“내가 평생 아니 다니던 집인디, 뜻밖으 들어가면 새수 없난 춘향 모친 ‘너 어찌 왔느냐?’ 묻거드면 무슨 말로 대답허리, 아니 가자 허니 도련님이 못 살겄고 가자니 난처로다.”
이 일 저 일 생각허여 춘향 문전을 당도허니 향단이 마침 나오거날 방자 내렴으,
“야, 이거 무슨 서기지망이 있을라나 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