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며느리 1부

레몽
앨범 : (소리동화 레몽) 방귀 며느리

옛날도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야. 산골 어느 마을에서 며느리를 맞아들였어. 신랑은 말할 것도 없이 시아버지, 시어머니 모두 며느리가 마음에 쏙 들었어.
“우리 며느리는 바느질 솜씨가 정말 좋아요. 하하하.”
“요리 솜씨 또한 최고지, 그렇고말고!”
동네 사람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단다.
“아휴, 며느리가 마을에 핀 도라지 꽃처럼 참 곱네요.”
“아 그 며느리 마음씨는 비단 같대요. 글쎄. 며느리를 참 잘 들였지 뭐예요.”
“새색시가 어쩜 저리도 얌전할까요.”
새신랑도 새색시가 정말 좋아 자꾸자꾸 보고 싶어 했어.
“히히, 우리 색시 잘 있나? 나무를 하다가도 논에 물을 대러 가도 온통 우리 색시 생각만 나네. 히히히.”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꽃같이 곱던 새색시 얼굴이 점점 누래지는 거야. 얼굴은 푸석푸석해지고, 눈 밑은 어두워졌지. 게다가 말수까지 줄어들어 식구들은 답답하고 안타까웠지.
“새아가가 어디가 안 좋은 게 아닐까?”
시아버지는 시어머니께 물어보고는 했어. 시어머니도 걱정이 되었지만 무슨 일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었어. 하루는 시아버지께서 며느리에게 직접 물었어.
“새아가, 얼굴색이 영 안 좋구나. 어디 불편한 것이냐?”
“아니에요.”
“그러지 말고 말해 보거라. 무슨 일이 있는 거냐?”
며느리는 수줍어하며 머뭇머뭇 한참을 망설였어.
“애야, 무슨 일인지 어서 말해 보거라.”
“저, 실은…… 방귀를 억지로 참다 보니 병이 났습니다.”
시아버지는 별일도 다 있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어.
“그까짓 방귀, 뀌면 되지 않느냐.”
며느리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어.
“제 방귀는 너무 요란해서 함부로 뀌지 못합니다.”
“방귀가 요란해 봤자 지. 어서 뀌거라.”
“정말 뀌어도 될까요?”
“허허, 괜찮대도.”
“그럼, 아버님 저기 저 기둥을 꼭 붙잡고 계세요.”
“허허, 참내. 이렇게 말이냐?”
시아버지가 기둥을 잡자 드디어 며느리가 참고 참았던 방귀를 뀌었어.
우르르 뿡뿡, 쿠르르 뿡뿡.
천둥소리도 그런 천둥소리가 없었지.
“어이쿠야, 사람 살려!”
얼마나 요란하던지 시아버지는 기둥을 잡고 뱅글뱅글 돌았어.
“에그머니나, 이 놈의 솥뚜껑에 귀신이 들렸나?”
부엌에 있던 시어머니는 들썩거리는 솥뚜껑을 붙잡다가 같이 들썩거렸지.
“허억! 아야야!”
나무를 해서 문을 들어서던 신랑은 나뭇짐을 진 채로 문밖으로 휙 날아 떨어졌지 뭐야.  
“휴우, 이제야 살겠네요.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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