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굽어보는 산 능선 자락마다
이 땅을 호령하던 왕들 무덤 촘촘하다
생전에 호사 누리다 죽어서는 명당 차지
화려한 정자각에 휘둥그레 눈을 뜨니
골짜기 짜기마다 용의 눈물 넘쳐나고
발걸음 옮길 때마다 비명소리 들려온다
불패의 명장으로 역성혁명 이루고도
자식들 골육상잔 무력하게 지켜보며
이러려 왕이 되었나 냉가슴 앓는구나
동성애 조강지처 죽음으로 내몬 후에
죄 없는 어린 아들 아우 손에 사사되니
무덤 속에서도 차마 눈을 감지 못하네
누란의 국난 맞아 서두르던 몽진 길에
백성이 지어 올린 꽁보리밥 앞에 두고
밥술을 뜨지 못했던 사나이는 또 어떻고
무수리 엄마를 둔 열등감 벗어나려
외아들 닦달하다 뒤주에 넣어 죽인
아비의 아픈 마음은 그 누가 알아줄까
왕가의 앙화殃禍가 끊일 날이 없었구나
권세와 부귀영화 다 무슨 소용이랴
편안히 눈을 감는 게 참다운 행복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