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천궁(導天宮) (Docheongung)

푸리

여보시오

김씨 망자씨

이내 한 말 들어 보소
인간이 한번 죽어지면
가신 길은 있지마는
오신 길은 없었구나

저승길이 길 같으면
오고가고 내 못하며
저승문이 문 같으면
열고 닫고 못할까마는
저승길이 길이며
저승문이 문이더냐

인간이 백년을 산다 해도
병든 날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을 채 못살고
한번 아차 죽어지면
육진장포 일곱 매를
상하로 질끈 묶어
소방상 대틀 위에
덩그렇게 들어 메고
북망산천 넋이로구나

뼈는 썩어 흙이 되고
살은 썩어 물이 되고
뗏장으로 집을 삼고
송죽으로 울을 삼고
두견이 벗이 되어
외로이 홀로 누웠으니
일가친척 많다한들
어느 일가 날 찾으며
친구벗님 많다한들
어느 뉘랴 날 찾으리

일직사자 월직사자 오실 적에
쇠방망이 손에 들고
쇠사슬을 목에 걸고
붉은 상모 눌러 쓰고
활등같이 굽은 길로
활 쏘듯이 달려들어
어서 나와 바삐 가자

못가겠소 못가겠네
저승길이 어디라고
내가 어찌 가오리까
하나님전 등장가서
늙은 사람 죽지 말고
젊은 사람 늙지 마자
아무리 하소한들
공도라니 백발이요
못 면할 건 죽엄이라
어느 뉘랴 면할손가

여보시오
망자씨
서러워말고 잘 가시오
이왕에 가시는 길
시장요기나 잠깐 하고
신발이나 준비하고
천고만고 맺힌 원은
해원경에 풀으시고
쑥물로는 몸을 씻고
향물로 혼을 씻고
진 옷일랑 벗어 놓고
마른 옷 곱게 입고
맑은 넋 맑은 혼이 되야

저나라 저승국
천궁으로 가시라고
여래염불 받어다가
시왕전에 바쳤으니
어둔 길은 밝아지고
밝은 길은 넓어지고
넓은 길은 평질 되어
부디 수이 극락 가고
천궁 가서
무량공덕 높이 쌓아
인도환생 허옵소서
천궁이야 천궁이야

아아 헤요 아아 헤요
천궁이여 천궁이여
깊은 물에 다리 놓아
만인공덕에 다리천근
아아 헤요 아아 헤요
천궁이여 천궁이여

잘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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