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생각보다 시리다
내뱉는 숨에 마음도 식어가
새하얀 세상이 지저분해질까
머뭇대는 하나의 발자국들
우리 첫 장은 버렸잖아
이번엔 그대로 둘까
여백이란 게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서로의 빈칸을 보다 보다 보면
채우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지도 모르지만
비워둔 채로 그렇게 남겨
그렇게 남아 떠올릴까
하얀 추억을 남겨둔 기억을
추억하는 일
그것마저 아름다울 것만 같아
유난스럽게 꽃피울 땐 언제인가
힘 없이 바들 대는 껍데기만
가득 찬 마음을 감싸는 줄 알았는데
텅 빈 곳에 쌓여만 갔던 거다
우리 첫 장은 지웠잖아
이번엔 다를 수 있나
같은 생각들을 하고 있는 걸 알아
지나 온 계절을 보다 보다 보면
애써 녹여낸 마음이
생각날지도 모르지만
그리운 대로 지워진 채로
그렇게나마 떠올릴까
하얀 사랑을 그제의 겨울을
보내주는 일
그것마저 아름다울 것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