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빠르게 달리진 못 해도
터벅터벅 걸어온 날들이 쌓였소
세월이 참 빠르다 빠르다 하더니
이토록 순간일 줄은 진정 몰랐소
그대여 두려워마시오
길 위에서는 누구나 혼자요
어디로 가든 그 얼마나 느리게 걷든
눈앞의 소로를 따라 묵묵히 그저 가시게
지름길과 복잡한 대로를 피해서
누군가가 밟아서 난 굽고 좁은 길
나도 뒤에 올 외로운 그 누구 위해서
한 발 한 발 더 보태어 다지듯 걸었소
그대여 두려워마시오
길 위에서는 누구나 혼자요
어디로 가든 그 얼마나 느리게 걷든
눈앞의 소로를 따라 겸허히 그렇게
세상의 명예는 독주라오
마시면 마실수록 취하고
휘청댈 뿐 고요히 숨어 솟는 샘물 찾아
조금은 목마른 듯이 그렇게 가시게
그대여 외로워마시오
모든 길들은 결국 다 이어져 있소
막다른 길 끊어진 길도 밟아가다 보면
먼 훗날 뒤돌아 볼 때
그대의 소로가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