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여 깨어나세요 용사여
우리에게는 그대의 힘이 필요하오
부디 이 세상의 혼란을 잠재워 평화를 가져다 주기를 바라오
그대가 이 나라의 희망이오
모두가 환영해 이 환상의 세계에 등장의
세레모니로 25인 레이드 보스 때려잡고 나눠 가져 코인
우러러 보는 눈 여기 새로 오든 그 누구든 허물없이 지내고
이 수많은 사람들의 길잡이가 돼 나는 이 세계의 영웅
이 여운은 오래 못 가
곧 알바하러 준비하고 나가고
온정이 없는 편의점에 온전히 일하며 보내고
오전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와 해 지도록 잠에 들겠지
여태 그랬던 대로 일과를 끝내고
좋아하는 세계로 가기 전 수면 상태로
그러다가 갑자기 느껴지는 고통과 고함
왜 이따위로 사냐며 미쳐버린 엄마와
뒤에서 말리는 아빠가 또렷해져
컴퓨터 본체 부수려는 걸 막자 목 놓아 우는 엄마와
나를 경멸하며 한숨 내쉬는 아빠
이 상황에서 오는 현타는 말로 못 해
오늘밤엔 접속을 못 하겠어
초고스펙 만능과 무스펙 무능,
부유한 인싸와 가난한 아싸
게임 속 나와 현실의 나의 차이는 날이
갈수록 실제를 부정하게 만들지
왜 내 현실은 이럴까?
내 환상의 세계에 들어가
영원히 거기에 물들어가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서 오세요 환상의 세계에
신비함과 낭만이 가득한 곳에
당신을 매료시킬 게임 세계에
성장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 곳에
나처럼 볼품 없어도 타고나게
환생한 선택받은 주인공
그리고 친구, 동료는 등 뒤를 맡길 수 있고
곁에 수준급 외모에
매력적인 이성과 결혼하고
그 세계에 이례적인 성과, 성장,
명백한 사명감, 삶의 목표, 이유가 있거나
이미 지난 10대에 내게 과분한 같은 반
애랑 연이 닿아 많은 추억을 만들어가
내가 낄 수 없는 작품들 세계에 매일 대리 만족
델리만쥬처럼 달달한 커플을 보다가 내 최애캐를 보며 과몰입하다
만화책, 모니터에 벗어나 내 세상을 보니
망작도 이런 망작 또 없어
꼴보기 싫은 이 몰골이 주인공
너저분한 방 안과 저물어가는 날
이딴 세계에 손 가는 게 가능할까?
덮어도 꼭 돌아오게 되는 이 곳에
악몽 같아 발버둥치는 이 고생
벗어나고 싶어서 라면 끓여먹고 이불 덮고
굳게 감고 꿈의 속에
왜 나는 주인공처럼 살 수 없는 거지?
왜 내게 운명 같은 기회가 오지 않는 거지?
왜 내 인생을 바꿔줄 운명과 진정한 친구가 없는 거지?
또 신세한탄 자기비하
이제는 남들이 아닌 내가 말로 자해하며 다시 피 봐
다 써서 없어진 지우개처럼 자존감이 사라졌어
계속 넘어지고 쓸리다
어서 오세요 환상의 세계에
신비함과 낭만이 가득한 곳에
당신을 매료시킬 만화의 세계에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이 곳에
내가 그동안 환상의 가상 세계에 빠져 살아서
그런지 정말 천국이 존재하거나
환생해서 이세계에 갈 수 있는지 이 망할 인생
그만둬 확인해보고 싶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잡초로 무성한 내 삶을
제초하고 가꿔 꽃 피우고 싶어
조금의 미련에 다짐해 만들자고
날 스펙업해 이 현실을 환상의 세계로
깨어 나세요 환상의 세계에
신비함과 낭만이 없는 이 곳에
당신이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
재기에 성공하여 들어 올리기를 축배
깨어 나세요 환상의 세계에
신비함과 낭만이 없는 이 곳에
당신이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
이미 엎질러져 버린 건 이제 닦도록 해
나라는 그릇을 키워 안정적이게 다량을 담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