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 너머 밤은 내리고
저기 골목에 선 가로등
밤새 투명한 표정으로
말 없이 어둠을 지우네
불빛 번져가는 골목을
눈이 시리도록 바라보면
문득 너는 내게 나타나
그 길에 홀로 서 있었지
굳게 닫은 창을 바삐 열어보지만
넌 어느덧 내게서 사라지고
애써 불러보는 네 이름마저도
찬바람 속으로 흩어지네
자꾸 차오르는 눈물이
나만의 것이 아니길 난 바라지만
불빛 그보다도 더 눈부셨던 너는
어느 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지
곁에 있어 따뜻하다고
담에 기대어 웃어 보이던
너는 빈자리로 변하고
불빛은 점점 식어가네
흘러가는 시간 붙잡을 수 없어
난 어느덧 네게서 멀어지고
돌아볼 수 없는 길 위에 엇갈려
다른 공간으로 걸어가네
자꾸 차오르는 눈물이
나만의 것이 아니길 난 바라지만
불빛 그보다도 더 따뜻했던 너는
어느 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지
끝내 흘러내린 눈물이 결국
나만의 것이란 걸 잘 알지만
내게 불빛보다 더 따뜻했던 너는
어느 가로등 아래에 서 있는지
어디에서 너를 찾을 수 있는지
지금 너는 어디를 비추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