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인디언 수니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 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한 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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