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에서

포스트맨


전쟁 같은 강남역 갔다 섰다 할 때 쯤
연락 없던 친구 결혼한단 전화에
그래 조만간 밥이나 먹자
인사 치레 같은 말
담배생각에 창을 열다

사거리에 널 봤어 우연히 널 봤어
빨간 불에 걸린 듯 숨이 멈췄어
매일 사랑했던 널 순간 부를 뻔 했어
니가 들을까 봐 입을 막아

여전히 길 걸으며 핸드폰만 보는 너
앞 좀 보라하며 잔소리했었는데
다행인가 봐 잘 된 건가 봐 나를 보지 못해서
눈물 훔치는 날 몰라서

사거리에 널 봤어 우연히 널 봤어
빨간불에 걸린 듯 숨이 멈췄어
매일 사랑했던 널 순간 부를 뻔 했어
니가 들을까 봐 입을 막아

신호가 바뀌고 가야 하는데
지금 널 놓치면 이제 영영 oh no
빨리 가란 뒷차 경적소리에 문을 열고 너를 부를까

손 흔드는 널 봤어 너의 남잘 봤어
너와 잘 어울리는 그 남잘 봤어
사랑한다 외쳤어(할 수 없었어)
속으로만 외쳤어
그냥 가길 정말 잘했나 봐

사거리에 널 봤어 우연히 널 봤어(내 전부였던)
빨간 불에 걸린 듯 숨이 멈췄어(내 사랑아)
매일 사랑했던 널 그 길에 남겨둘게 너를 보내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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