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없기에 끝도 없고
승자가 없기에 패자도 없는 이 노래
즉흥곡
짙은 어둠이 걷힐 때쯤에
난 이 빛을 향해서 희망을 외치네
어제 모른 것을 나 오늘 깨침에
결코 자만하지 말 것을 가슴에 새기네
낯선 아침과 맞바꾼 글귀
한 번도 갖지 못한 이 느낌
영혼의 뿌리까지 적시는 빗줄기
이 소릴 듣지 말고 느끼길
가시가 선물한 분노를 누르고
그 것이 시가 되면 글씨들이 춤추고
그 순간 누구도 두렵지 않네 죽음도
마침내 시계 바늘을 뛰어넘은 즉흥곡
미완성의 시는 곧 푸른 사과
그 열매의 가냘픈 운명이 바닥으로
떨어짐을 계기로 시작된 과학
심장을 움직이는 고요한 타악
표현력은 무한의 영역
빛보다 빠르게 우주를 헤엄쳐
전혀 지체함 없이 페이지를 넘겨
보이지 않는 곳까지 검은 잉크를 뿌려
표현력은 무한의 영역
빛보다 빠르게 우주를 헤엄쳐
전혀 지체함 없이 페이지를 넘겨
보이지 않는 곳까지 검은 잉크를 뿌려
짙은 어둠의 차양 속으로 숨어 들어간 나
어느덧 깊은 슬픔의 진흙탕으로 스며들어간다
진한 자학의 침전물은 그저 늘어만 가며
침잠하는 자아를 밤거리로 쓸어 내려간다
대체 무슨 말을 한 건지
반추해도 기억조차 나질 않는 한마디
야경은 암흑으로 먹칠을 한 화선지
그 위에 조명을 덧칠한 연꽃 한 송이
꽃잎이 가린 치부는 아무 소리 없이 부는
바람마저 삼켜버린 더러운 연못이거늘
잔뜩 뒤엉킨 사람들의 찌꺼기는
널부러진 취객처럼 가라앉질 못하니
내 시구는 땅속으로부터 터오는 여명
눈속임 따위는 허용조차 못하는 열변
꽃들을 꺾고 조명마저 꺼뜨리고 난 뒤에도
결코 거부할 수 없는 흙투성이의 열병
표현력은 무한의 영역
빛보다 빠르게 우주를 헤엄쳐
전혀 지체함 없이 페이지를 넘겨
보이지 않는 곳까지 검은 잉크를 뿌려
표현력은 무한의 영역
빛보다 빠르게 우주를 헤엄쳐
전혀 지체함 없이 페이지를 넘겨
보이지 않는 곳까지 검은 잉크를 뿌려
위대한 결심은 위대한 고민의 열매
그 결과야 어찌됐든 난 오직 내 곁에
진실한 것들만 믿어
내 고집은 절대 꿈이란 연못에서 헤엄치지 않네
여기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어쩌면 티끌처럼 아주 작은 것
하지만 지금껏 그것에 내 모든 걸 걸어왔어
갈수록 거칠어지는 바람에 맞서
새로운 시야를 줄 테니 잘 봐
시간의 필름이 보인다면 앞뒤는 잘라
이제 그대에겐 어제도 내일도 없으리
허나 결코 당황하지 말고 오로지 지금만 봐
새 것을 보기위한 새로운 감각
답답한 장막을 거두어내는 찰나
그대는 분명히 보게 되겠지
한 사람의 운명을 통과한 노래와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