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방자 깜짝 놀래어 돌아보니 편지가 눈물에 젖어 물걸레가 되었는지라.
방자 기가 막혀,
“아니 저놈의 어른이 남의 편지를 물걸레로 만들어 놨네 그려. 아 이놈의 어른아! 그만 울고 남의 편지 물어내어.”
“오냐 물어주마. 그리고 너 서울 가야 그 양반 안 계시다.”
“계시고 안 계신 속을 당신이 어찌 아요?”
“그 양반과 나는 동문 서학으로 매우 친한 분인데 이번에 그 어른하고 전라도 구경 차로 내려오다, 그 양반은 우도로 나는 좌도로 오는 길이다. 그러니 이 편지는 내가 전해주마. 그 양반과 내월 십오일에 남원서 만나기로 했으니 너는 내려가서 품삯이나 두둑히 받아라.”
“당신 그 말 참말이지라우?”
“어른이 아이들에게 거짓말 않느니라.”
“그럼 편히 가시오. 예.”
“오냐 잘 가거라.”
방자 돌아서서 생각해보니 아무리 봐도 저의 서방님인 듯 허여 ,
“옳지! 우리 서방님 뒷목에 검정 사마귀가 있었지. 가서 봐야지. 여보시오 여보시오, 거기 좀 서 계시오.”
“왜 아니 가고 그러느냐?”
“내가 볼 것이 좀 있소.”
“볼 것 없다. 어서 가거라.”
“꼭 좀 봐야겄소.”
방자 쫓아가 어사또 뒷목을 보랴허니,
“하, 이놈이 어른의 덜미를 잡고 왜 이러느냐?”
“꼭 좀 봐야겄소.”
방자 보더니 틀림없는 저의 서방님인지라.
“아이고 서방님.”
[중모리]
“소인 방자놈 문안이오. 대감 마님 행차 후으 문안 안녕 허옵시며, 서방님도 먼 먼 길에 노독이나 없이 오시니까? 살려주오, 살려주오. 옥중 아씨를 살려주오.”
“오냐, 방자야 우지마라, 우지마라, 우지를 말어라. 이 얘 방자야, 우지마라.”
[아니리]
“방자야, 우지 말고 어서 내려가거라.”
"서방님, 서방님이 이 모양으로 오실 일은 만무헙니다요. 소인에게 쬐께만 가르쳐 주시오."
"뭘 가르쳐 달란 말이냐"
야단은 쳤지만 어사또 생각해보니, 저놈이 관물을 많이 먹은 놈이라 눈치가 비상하거든.
"그래 방자야, 내가 어어어어 참 기맥힌다."
"옳지 우리 서방님이 어어어사라네. 우리 아씨 인자 살었네."
"아니 저런 방정맞은 놈."
어사또 방자가 방정맞은 놈인 줄 아는지라, 본색이 누설될까 염려되어 편지 써주시며,
“방자야, 너희 아씨 생사가 경각에 있으니 이 편지 가지고 운봉 영장을 찾어가면 너희 아씨 살릴 도리가 있을테니 지체말고 속히 내려가거라.”
“예, 서방님 편히 가십시오.”
그 편지는 방자를 가두라는 편지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