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온통 맑은 빛으로 싸여 있었고
늘 얼룩졌던 나의 머리는
마치 세수라도 한 것처럼 깨끗해졌지
난 아이처럼 그녀를 사랑했네
꽃이 피고 바람 불고 그녀는
요란스런 치장을 시작하였고
늘 반짝여서 슬픈 보석을
아주 화려한 여왕이 되어 꿰어 달았지
난 웬일인지 그녀가 미워졌네
다시 나를 찾았을 때 그녀는
보석들을 하나 둘 벗어 버렸고
늘 어색했던 그녀 손톱은
마치 언제나 처음색으로 맑아져갔지
난 다시 한번 그녀를 사랑했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그녀는
처음 나를 만났을 때 모습이 되었고
늘 입고 있던 그것마저
모두 벗어 버렸을 때 난 알게 되었지
그녀는 나의 시였었네
* 이 시에는 히메네스의 ‘처음 나를 만났을 때 처녀는’ 이라는 작품이 합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