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저 사막 너머 화려한 궁전에 사는 젊은 임금님이 있었어요
어느 날 궁전 연못에서 쉬고 있던 임금님은 갑자기 너무 따분해졌지요
하아 따분해, 매일 이렇게 시간 때우며 노는 것도 지겨워
뭐 좀 신나고 특별한 일이 없을까?
그때였어요
생전 처음 보는 노인 한 명이 다가오더니 자신을 만물 상인이라 소개했지요
세상 이곳 저곳을 떠돌며 귀하디 귀한 물건들만 구한 것이랍니다
마음에 드시는 것이 있는지 한번 보시지요 임금님
마침 따분하였는데 잘 됐군 그럼 어디 한번 보겠네
흥밋거리가 생긴 임금님은 노인의 물건을 차례차례 구경했어요
그러다가 조그만 상자 하나를 집어 들었지요
이 상자 안에는 뭐가 들었느냐?
역시, 물건 보는 안목이 높으십니다
이 상자는 단순한 상자가 아니라 아주 특별한 상자이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상자 안에는 알 수 없는 글자들이 적힌 쪽지와 까만 가루가 담긴 통이 들어 있었어요
물건이 마음에 들었는지 임금님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지요
마음에 드시면 특별히 제가 임금님께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오호 정말 이 귀한 걸 나에게 준단 말이냐?
상자를 선물로 받은 임금님은 기뻤어요
노인이 돌아간 후 임금님은 쪽지에 적힌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매우 궁금했지요
여봐라, 당장 학자를 불러오거라
네
임금님은 학자가 궁전에 도착하자마자 더 이상은 기다리지 못하겠다는듯이 얼른 쪽지를 보여주며 뭐라고 쓰여있는지 말하라고 했지요
학자는 글을 꼼꼼히 읽은 후 하나하나 해석하기 시작했어요
이 까만 가루를 먹은 후 무타보 라고 외치면 원하는 동물로 변한답니다
그리고 다시 사람으로 되려면 동쪽을 향해 절을 한 뒤 무타보 라고 말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로 변했을 때 절대로 웃으시면 안 됩니다
웃으면 왜 안 되나?
웃으시면 그대로 주문을 까먹게 되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입니다
영영 그 동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알겠네 명심하지
임금님은 어떤 동물로 변할지 무척 고민했어요
그러다 자신이 가장 아끼는 신하와 함께 몰래 궁전을 빠져나와 주변을 둘러보았지요
그때 마침, 호숫가에 황새들이 있었답니다
오호! 그래, 저게 좋겠어
임금님은 까만 가루를 꺼내 신하와 나눈 후 한 입에 탈탈 털어 넣고는 주문을 외쳤지요
무타보
그러자 정말 신기하게도 두 사람의 몸이 점점 황새로 변하는 게 아니겠어요?
정말 신기하구나
그러게나 말입니다
두 사람은 정말로 황새가 되었지요
황새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된 두 사람은 그들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었어요
얘들아 내가 추는 구애의 춤 어때? 멋있지?
황새 중 한 마리가 엉덩이를 쭉 빼고 날개를 활짝 편 후 한 다리로 서서 춤을 추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다리가 꼬이는 바람에 첨벙 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어요
그 모습을 본 임금님과 신하는 껄껄 웃음을 터트렸지요
자신들이 웃은 것을 뒤늦게야 깨달은 두 사람은 깜짝 놀랐어요
에구머니나 임금님 저희 주문이 뭐였지요?
주……주문? 뭐였지? 뭐였더라……아 그래! 무사파? 아닌가? 그럼 무다리?
웃음을 터트린 동시에 주문을 까먹은 임금님과 신하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주문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지요
이 일을 어쩐단 말이냐
임금님과 신하는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그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요
사라진 임금님을 대신해 새로운 왕이 온다는 소문이 온 나라에 퍼졌어요
그런데 새로운 왕은 다름 아닌 바로 그 노인의 아들이지 뭐예요
사실, 나쁜 마법사가 자신의 아들을 왕으로 만들고 싶어서 노인으로 변장해 못된 짓을 꾸민 것 이였지요
이 사실을 알게 된 황새 임금님은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죠
두 황새는 다시 성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채 여기저기 날아다니다 낡은 성에서 들리는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어요
대체 여기서 왜 우는 거요?
두 황새는 구슬프게 울고 있는 부엉이에게 다가갔지요
사실, 저는 인도의 공주랍니다 어느 나쁜 마법사가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지 않는다고 절 이렇게 만들어 버렸어요
이런
사실 우리도 그 나쁜 마법사에게 속아 이렇게 황새가 된 거요
황새 임금님은 부엉이 공주에게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모두 얘기했어요
얘기를 끝까지 들은 부엉이 공주가 놀랄만한 말을 했지요
마법사들이 한 달에 한 번 이곳에 모여 자신들이 저지른 일들을 자랑 삼아 얘기한답니다
운이 좋으면 그때 까먹은 주문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
마법사들이 모이는 날이 언제요?
알려드리는 대신 두 분 중 한 분은 저와 결혼해야 해요
그래야 제 마법이 풀려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거든요
난처해진 두 황새는 잠시 부엉이 공주와 떨어져 대화했어요
자네가 부엉이 공주와 결혼하는 것이 어떤가?
네? 임금님 저는 이미 오래 전에 결혼했습니다 그러니 저보다는 아직 혼자이신 임금님이 결혼하는 것이 맞지 않겠습니까?
황새 임금님은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모습은 이래도 한 나라의 임금인 내가 부엉이 모습을 한 공주와 결혼을 한다니 말도 안 돼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걸 어쩐담’
결국 황새 임금님은 부엉이 공주와 혼인을 하기로 결정했지요
고맙습니다 임금님
오늘이 바로 그날이니 절 따라오세요
황새 임금님과 신하는 부엉이 공주를 따라 좁고 꾸불꾸불한 복도를 지나 어느 방 앞에 도착했어요
방에는 못된 마법사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지요
자네 그 바보 같은 임금에게 건 주문이 뭐였나?
무타보라는 주문이지 하하
몰래 숨어있던 황새 임금님과 신하는 그 주문을 듣자마자 자리를 빠져 나왔어요
그리고 두 황새는 해님이 떠오르는 동쪽을 보고 세 번 절하며 주문을 크게 외쳤지요
무타보
드디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 임금님과 신하는 크게 기뻐했어요
다시 사람이 되었다
이제 우린 살았습니다 임금님
그런데 두 사람 뒤에 아리따운 여인 한 명 서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혹시 당신이 바로 부엉이 공주요?
네 맞습니다
자 이제 모두 다시 사람이 되었으니 궁으로 돌아갑시다
세 사람은 궁으로 돌아가자마자 마법사를 잡아 큰 벌을 주었고 그의 아들인 새 왕에게는 남아있던 까만 가루를 먹여 황새로 만들었지요
혹여나 마법사의 아들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간지럼을 태워 웃게 만든 후 새장에 가두어 버렸어요
그리고 임금님은 공주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지요
훗날 자식들이 태어나고 임금님은 이따금 황새 흉내를 내며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었어요
그러면 이를 행복하게 바라보던 왕비 역시 부엉부엉 소리를 내며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